‘인디다큐페스티발 2015’ 공식 포스터. 일러스트레이트 이진아
‘인디다큐페스티발’ 공식 포스터, 가슴 먹먹한 감동
3월26일~4월1일 서울·대구 독립영화관 3곳서 개최
3월26일~4월1일 서울·대구 독립영화관 3곳서 개최
한국 사회의 아픔을 한 장에 모은 포스터가 누리꾼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화제의 포스터는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이하 인다페)’ 공식 포스터다. 이 포스터는 지난달 인다페 누리집(▶바로 가기)에 공개되면서 SNS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포스터를 보면, 가장 윗쪽에는 잠수복을 입은 두 사람이 카메라와 조명을 들고 돌고래 등에 올라탔다.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감독이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들의 카메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물속 세상을 ‘줌인’한다. 이들이 비춘 곳은 생기를 잃어버린 어느 도시다. 거기엔 적과 동료가 있고, 때로는 희망과 비애가 얽힌다. 경쟁하듯 높이 솟은 회색 빌딩 사이 한가운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이 보인다. 그곳에는 두 명의 해고노동자들이 6일 현재 84일째 ‘굴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는 지난해 4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있다. 자식들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서있는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다. 시선을 돌려보니 초점 잃은 눈망울을 가진 심해어들이 도심을 가로지른다. 왼편에는 산 아래 자리 잡은 청와대가 보인다. 그 앞은 딱딱한 방패를 들고 서 있는 전경들이 빼곡하다. 조금 더 시선을 내려 보면 흰 옷을 입고 온몸을 던져 절하는 오체투지 현장이 선명하다. 지난해부터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스타케미칼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제도와 정리해고 전면폐기’를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왔다. 바다 속에 둥둥 떠 있는 빨간색 잠수함 안에는 몇몇 이들이 타고 있다. 진돗개가 잠수함을 운전하고, 안에는 쥐, 닭,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있다.
이 포스터를 본 누리꾼들은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댓글로 공감을 표시했다. 댓글을 보면, “오체투지하시는 분들도 보이고, 잠수함 위로는 온통 사찰하는 눈동자들. 정말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소름 끼치고 슬프고 화나네요” (안생긴***), “보자마자 의미를 알겠어요. 나는 저 포스터 그림 속 어디에 속해있을까요?” (사막에**), “산소통을 버리고 쓰러진 이들과 그들을 앞에 두고 무심히 방패를 든 자들, 저 멀리 보이는 영정을 안고 통곡하는 이들. 마음 아픈 디자인이네요” (어떤남자**) 등의 글이 적혀 있다.
포스터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진아씨가 지난해 12월부터 고민하고 일주일 동안 작업해 완성했다. 10년 전 ‘10만원 영화제’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인다페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05년부터 10회째 포스터 기획과 제작을 맡고 있다. 이 작가는 올해 만든 포스터가 여러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화제가 되고 있어 조금 놀란 눈치다. 그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이 가슴 아픈 얘기들이 많다. 세월호처럼 세상이 다 가라앉은 느낌이고 사람들이 물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디다큐페스티벌이라는 기회를 통해 우리 삶의 주변 얘기와 진실을 알고 스스로 생각해서 헤엄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서 이런 포스터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터 속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작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도시에서 건물이 썩어가고 이유 없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는데 자신이 숨 쉴 수 있는 산소통만 있으면 무관심한 사람들이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겠느냐”며 “포스터 한가운데 빨간 랜턴을 들고 서 있는 사람처럼 의문이 많은 사회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관객들을 곧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봄을 여는 영화제’라는 전통에 걸맞게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는 3월26일부터 4월1일까지 7일 동안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국내 신작 35편은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또 최근 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잡식가족의 딜레마>(연출 황윤)와 제6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아들의 시간>(연출 원태웅) 등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화제작이 대거 포함됐다. 문의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15 사무국으로 하면 된다. (02-362-3163)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인디다큐 페스티발2015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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