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는 “가만있어도 그냥 웃기는 시나리오의 ‘말맛’ 때문에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좋았다”고 했다. 동갑내기 이준호·강하늘·김우빈은 이병헌 감독이 <스물>에 이어 <서른>을 찍으면 꼭 다시 의기투합하기로 약속을 했단다. 한국 최초 ‘나이 시리즈’ 영화를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스무살 3인방의 ‘좌충우돌기’
영화 ‘스물’서 재수생 동우역
어설퍼서 아름다운 청춘 그려
“저도 스무살땐 촌스럽고 찌질…
하지만 마음만큼은 안 찌질해
순간순간에 최선 다했으니까요”
영화 ‘스물’서 재수생 동우역
어설퍼서 아름다운 청춘 그려
“저도 스무살땐 촌스럽고 찌질…
하지만 마음만큼은 안 찌질해
순간순간에 최선 다했으니까요”
‘꽃은 다시 피는 날이 있지만, 사람이 다시 젊어질 날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스무살 청춘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모든 것이 비루하고 찌질해 보일지라도. 25일 개봉을 앞두고 심상찮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영화 <스물>은 김우빈·이준호·강하늘, 세 명의 대세 배우를 내세워 ‘어설퍼서 아름답고, 특별하지 않아서 더 빛나는’ 스무살의 좌충우돌을 그려낸다. 꿈이 뭔지 몰라 방황하는 백수 치호(김우빈), 꿈은 있되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휘청이는 동우(이준호), 앞만 보고 달리기 위해 꿈이 뭔지 궁금해하는 것조차 두려운 경재(강하늘)의 모습은 과거 우리의 스물, 현재 우리의 스물과 닮았다.
영화는 시종일관 가볍다. 발랄하고 경쾌하게, 그 나이만큼 무게를 덜어낸 연출이 반갑다.
세 인물 가운데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 역을 맡은 이준호(25)를 18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답에선 ‘젊음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룹 ‘투피엠’출신 연기돌이지만, 첫 작품인 <감시자들>(2013)에서 ‘다람쥐’역할로 이미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터다.
“<감시자들>에서 제 출연 분량이 딱 7분이었어요. 예상 외의 호평을 받아 무척 기뻤죠. 설경구·정우성 등 대선배님들께 업혀갔던 게 주효했던 듯 해요. 휴~ 이번엔 최소한 3분의1 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해서 부담감이 좀 있네요.” 그러면서 이준호는 “우빈이와 하늘이가 워낙 대세니 각각 300만명씩은 몰고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동우는 가정형편 때문에 꿈을 잠시 접어야 하는 인물. 웃고 떠들고 장난치지만 눈동자에 ‘삶의 무게’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스무살에 ‘투피엠’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준호지만, 예상 외로 “세 인물 중 처음부터 동우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고 했다. 17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4년 가까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포기할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포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이나 알아?’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는 알아요. 포기하는 게 얼마나 ‘미친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저는 ‘포기할 용기가 없어’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 긴 터널을 지나오며 깨달은 것은 한 가지라고 했다. “엄청 고민을 했는데 결국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더군요. 중요한 건 ‘생각은 깊고 짧게, 행동은 빠르고 우직하게’해야 한다는 거죠.”
영화에서 세 친구는 서로에게 말끝마다“븅신”을 외친다. 찌질한 서로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표현일 거다. “스무살은 원래 찌질하고 병신 같은 나이예요. 너무 유행만을 쫓았던. 지금 그 때 사진을 보면 그 촌스러운 외모란…. 푸헐. 하지만 제 마음이 찌질하진 않았어요.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에게 스물은 “연말 가요대상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던, 미친 듯이 무대 위를 뛰고 나르던 열정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평범한 스무살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187㎝ 모델 출신 김우빈, <미생>의 훈남 강하늘에게 밀리지 않을 이준호만의 매력은? 그는 “평범한 외모”라고 답했다. “가수는 ‘3분 전쟁’을 해요. 3분짜리 한 곡이 끝나기 전에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니 저처럼 평범한 아이돌은 눈에 띄기 힘들죠. 하지만 영화는 ‘2시간 전쟁’이잖아요? 영화를 보고 ‘투피엠 준호인 줄 몰랐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저의 무기라 생각해요.”
올해 <협녀: 칼의 기억>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는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은 게 흠이란다. “살인마, 싸이코패스, 귀여운 연하남, 로맨틱 가이, 교복 입은 고교생…. 근데 제가 ‘동안’이라 (웃음) 아직까진 스무살 언저리 역할이 어울리는 듯 해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영화 <스물>에 출연한 이준호·김우빈·강하늘.(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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