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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거지같은 삶을 서로 보듬는 ‘우리’ 이야기

등록 2015-05-01 18:59수정 2015-10-23 18:04

<우바우>는 답답한 현실을 사는 청춘의 모습을 냉정하게 탐구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복원하려고 하기에 따뜻하다.
<우바우>는 답답한 현실을 사는 청춘의 모습을 냉정하게 탐구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복원하려고 하기에 따뜻하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우바우>의 잇선 작가
단순하고 좋은 제목이다. 신인 잇선 작가의 데뷔작 <우바우>는 ‘우리가 바라는 우리’의 줄임말이다. 그동안 자아실현에 대한 담론이나 행복에 대한 성찰은 ‘내가 바라는 나’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중심은 언제나 ‘나’였다. 하지만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이상 어떤 종류의 자아실현이건 행복이건 그것은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시도될 수밖에 없다. ‘개 같은 알바’와 ‘돈 없다고 초라해질 일’이 일상인 젊은 세대를 주인공 삼은 <우바우>는 그들의 바람이 ‘우리’라는 관계망 안에서 어떻게 좌절되는지, 하지만 그 좌절의 과정에서 ‘우리’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더 두터워지는지 이야기한다.

가령 프롤로그에서 등장인물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싶은 자신들의 바람을 이루기 가장 좋은 것이 죽음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안에서 그들이 내린 결론은 “딱히 방법이 없는데 내일도 살아야 될 거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바라는 우리’는 좌절됐다. 답 없는 시기를 사는 청춘의 답답함을 잘 보여주는 이 에피소드에선, 적어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 함께 좌절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서로에 대해 더 잘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위로란, 언제나 공감에서 출발한다.

동시대 청춘들이 겪는 어려움을 상당히 냉정하게 직시하는 작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우바우> 자체의 정서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그림을 통해 성공하고 돈도 벌고 싶은 언니의 바람은 재능의 부족 때문에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동생은 그림을 안 그리면 어떻게 되느냐 묻고 언니는 “난 우울하겠지”라 답한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도 안 하고 사는 것도 어려운 이 갑갑하고 우울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현실의 변화나 외부의 도움이 아니다. “그럼 차라리 가난한 게 좋아”라는 동생의 대답을 통해 이 거지 같은 삶은 그럼에도 아직은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바라는 우리’는 지금보다 더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우리에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우리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전자를 위해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중요한 일이지만 요원하다. 작중 캐릭터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부류의 청춘예찬 담론에 대해 “아프기만 한 거 가져서 뭐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젊음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게 아니라 돈 받고 팔고 싶은 것이다. 대신 잇선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증명되는 공간으로서의 ‘우리’를 복원하려 한다. 그것은 청춘에 대한 무한긍정이 아닌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안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어쩌면 그 고민을 놓지 않는 것만이 무엇도 허용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바라며 사는 방법일지 모르겠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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