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할리우드 클래식 시리즈의 흥행 질주를 견제할 것인가?’
600만명을 동원한 ‘비(B)급 스파이 영화’<킹스맨>부터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1~5월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 톱10의 관객수는 178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세월호 참사로 관객이 크게 줄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톱10 관객 2351만명보다도 25%나 줄었다. ‘할리우드 클래식 시리즈’가 속속 개봉할 예정이기에,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충무로에서는 지난 4년 연속 외화를 압도했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올해는 50%를 밑돌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설 한국 영화의 무기는 무엇일까?
20년 만에 돌아온 쥬라기월드
터미네이터·미션 임파서블 등
할리우드 클래식 시리즈 개봉
한국 영화 점유율 위기감 속
충무로 여제들 연달아 귀환
곽경택·최동훈 감독도 지원사격
■ ‘할리우드 클래식 시리즈’의 향연
외화는 지난 14일 개봉한 <매드맥스4: 분노의 도로>가 <어벤져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1979년 개봉한 멜 깁슨 주연의 1편, <매드맥스2: 워리어>(1980), <매드맥스3: 썬더돔>(1985) 이후 30년 만이다.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톰 하디가 주연을 맡은 4편은 ‘아날로그 액션의 진수’로 불리며, 개봉 첫 주말 80만명을 끌어 모았다.
다음달 11일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총괄을 맡은 <쥬라기 월드>가 돌아온다.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쥬라기 월드’의 하이브리드 공룡이 높은 지능과 공격성으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공원’(1993)에서 ‘월드’로 리부트 된 만큼 스펙터클의 강도도 더 세졌다는 평가다. 7월2일에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한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과 용광로에 빠지고 폭탄에 맞아도 죽지 않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있는 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리부트 3부작 중 1편인 이번 영화에는 배우 이병헌이 액체 로봇 T-1000으로 출연한다. 이미 공개된 티저와 스틸 사진으로 화끈한 볼거리를 예고한 <미션 임파서블5: 로그네이션>도 7월30일 개봉한다.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팀원들이 그들을 파괴하려는 국제적인 테러 조직에 맞서는 과정을 담았다. 이 밖에 첩보물의 바이블 ‘007’의 24번째 시리즈 <007 스펙터>,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도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 충무로에 ‘무서운 언니들’이 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항하는 한국 영화의 첫 번째 무기는 ‘언니 파워’다. <어벤져스>에 맞서 선전하며 140만 관객을 동원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를 필두로 전도연·임수정·엄지원·엄정화 등 ‘충무로 여제들’이 속속 귀환한다.
전도연은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한 <무뢰한>(27일 개봉)으로 복귀한다. 살인자인 남자친구를 잡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나타난 경찰(김남길)과 사랑에 빠지는 변두리 룸살롱 마담 역할을 맡아 ‘농익은 연기’를 펼친다. 그는 또 <협녀: 칼의 기억>, 공유와 함께 출연하는 정통멜로 <남과 여> 등을 통해 올해 잇따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2년 만에 <은밀한 유혹>(6월4일)으로 스크린 나들이를 한다. 인생을 뒤바꿀 제안을 받는 여자의 이야기로, 카틀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한 범죄 멜로물이다. 엄지원은 후배 여배우 박보영과 함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돌아온다.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은 공포영화다. 엄정화는 명품족 싱글 변호사에서 교통사고 이후 한 달동안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을 살게 된 여자의 좌충우돌기를 다룬 코믹물 <미쓰 와이프>로 복귀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 여배우 기근 현상이 심각했는데, 올해엔 여배우들의 활약이 충무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돌아온 명장들’ 제 몫을 할까?
‘흥행 감독’의 복귀도 희소식이다. 먼저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만든 <극비수사>(6월18일)가 포문을 연다. 1978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실화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사주로 아이를 찾겠다고 나선 형사와 도사가 벌이는 33일간의 추적기를 담는다. 김윤석·유해진이 주연을 맡았다.
여름 성수기인 7~8월엔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만든 <암살>과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 신작 <베테랑>이 찾아온다. 18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 <암살>은 최 감독의 장기인 케이퍼 무비(범죄 모의·실행)에 1930년대 독립운동사를 접목시킨 작품이다. 하정우·전지현·오달수·조진웅 등 최강 캐스팅을 자랑한다. 순제작비 60억 규모의 <베테랑>은 황정민·유아인 주연으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때려잡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씨제이이엔엠 쪽은 “류 감독 특유의 액션이 제대로 살아난 영화로, 비주얼과 스토리 면에서 모두 통쾌함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석 즈음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사극 <사도>가 찾아온다. 쇼박스 최근하 홍보팀장은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왕이지만 동시에 아버지였던 ‘영조’의 드라마틱힌 이야기”라며 “송강호씨가 영조 역에 강한 의지를 보여 캐스팅 됐다. 사극에 강한 이준익 감독의 면모도 잘 살아난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연말엔 100억 규모의 대작 <히말라야>가 기다린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댄싱퀸>의 이석훈 감독 작품이다. 본격 산악영화를 표방한 블록버스터로, 산악 대원들 간의 생사를 넘나드는 우정을 담았다. 제작진은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는데, 히말라야와 알프스 몽블랑 등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에 감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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