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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떠나고, 추억하고, 잘 먹고…위로가 되는 영화 세편

등록 2015-05-26 19:55


조금은 뜨겁게 느껴지는 봄햇살이 천지에 가득하다. 나들이를 떠나기 딱 좋은 때다. 그러나 가슴 한쪽이 휑한 것은 시절이 험악한 탓일까. 현재는 불만이고, 미래는 불안하다. 이럴 때 영화 한편은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다. 코믹물이 주는 웃음이, 스릴러물이 주는 긴장감이 허허롭게 느껴지는 사람한테 잘 맞을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자신을 위해 여행하고, 먹고, 때로 아스라한 옛 추억에 빠져들다 보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이탈리아>
■ 보고, 듣고, 먹는 ‘3박자 여행’

위로와 힐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여행’. <트립 투 이탈리아>(6월4일 개봉)는 영국의 두 꽃중년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옵저버지의 제안으로 6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부터 남부 나폴리에 이르기까지 눈이 시린 풍광과 침이 고이는 음식,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셸리의 시가 어우러지는 ‘3박자 여행’이 관객의 눈과 귀와 입맛을 자극한다.

‘중년의 휴식기’를 옹골차게 즐기는 스티브와 롭의 입담은 뚜렷한 줄거리가 없는 이 영화의 줄기와도 같다. 배우들에 대한 시시껄렁한 뒷담화부터 알 파치노·말론 브랜도 등의 성대모사, 시인 바이런과 셸리부터 세익스피어를 넘나드는 문학적 비유까지 ‘남자 수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젊은 여자랑 눈 마주치면 요즘엔 나를 마음씨 좋은 아저씨나 변태 보듯 해”와 같은 자조 섞인 대사도 웃음을 자아낸다. 링귀니·파케리·라비올리 등 수많은 종류의 파스타, 프로슈트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샐러드 등 이탈리아 음식의 향연은 먹방 영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화면을 수놓는 토스카나, 로마, 폼페이, 아말피 해안, 아나카프리 등의 경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 지침서다.

두 남자의 웃음과 수다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두 시간은 훌쩍 지난다. 여행은 언제나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낯선 여인과의 하룻밤도, 영원히 각인 하고픈 여행지의 풍경도 결국은 추억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마르셀 프루스트)이라는 말처럼, 여행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이 삶의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
■ 엉뚱한 여중생들의 모험담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감독 이와이 슌지)은 살인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그러나 귀여운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이다.

10여년 전 사랑을 받았던 <하나와 앨리스>(2004)의 프리퀄(그 이전 일을 다룬 속편)로, 당시 열일곱 동갑내기 단짝친구의 삼각 로맨스를 그렸는데 이번에는 이들이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 단짝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예전 영화에서 ‘앨리스’와 ‘하나’로 연기한 아오이 유우와 스즈키 안이 이번에도 목소리를 연기했다.

한 시골 중학교 3학년으로 전학 온 앨리스는 “1년 전, 3학년2반에서 유다가 4명의 유다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상한 소문을 듣는다. 앨리스의 옆집에는 동급생이자 1년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하나가 살고 있다. 살인사건의 비밀을 캐기 위해 옆집에 잠입하고, 앨리스와 하나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러브레터> 등을 연출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여중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다. 살인사건이라는 소재에 ‘이지메’(왕따), 등교 거부 등 교육현장의 어두운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사건은 엉뚱하고 발랄하게 흘러간다. 10여년 전 앨리스의 발레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위해서인지, 이번에도 교복 입은 앨리스의 발레 장면이 ‘서비스’ 된다. 28일 개봉.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
 ■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방법

14일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감독 모리 준이치)은 요즘 유행하는 ‘먹방 영화’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음식을 하고, 먹는다. 그러나 영화를 신선하고 때로 소중하다고 느끼게 하는 건 ‘어떻게 먹느냐’라는 대목이다.

어차피 음식이 주인공일 수는 없으니, 모든 먹방영화는 음식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이다. 음식으로 경쟁하고, 음식으로 사랑과 명예를 성취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경쟁도 없고 성취도 없다. 오직 자신이 먹기 위해 땀흘려 작물을 기르고, 그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한다. 그리고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면서 홀로 젓가락을 들고, “맛있다”고 혼자 감탄한다. 도시에서 홀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사무치는 외로움에 견줘, 밥 한끼 맛있게 먹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설명 없이, ‘그냥’ 보여준다. 가끔 친구를 불러 대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에 나가 살다 불현듯 고향 마을로 돌아온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어머니가 떠난 빈 집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밥을 해 먹는다. 몇 년 전 갑자기 떠난 엄마가 보낸 편지를 받아 읽지만, 무슨 말인지 어렵기만 하다. 이치코는 자신이 무엇으로부터 도망쳐 온 것인지 계속 모른 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이치코는 엄마가 왜 떠났는지, 자신은 왜 고향으로 오게 됐는지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 2월 개봉한 <리틀포레스트1 : 여름과 가을>의 후속편으로, 전편에 이어 일본 시골마을에서의 겨우살이와 봄맞이를 잘 담아냈다. 그러나 신선함에서 1편보다 떨어지고, 마지막 결말이 우리나라 관객한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다.

유선희 안창현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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