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의 한 장면.
영화 ‘연평해전’
북한과 교전 중 숨진 6명 다뤄
실물 크기 세트·전투시간 사실적
북한과 교전 중 숨진 6명 다뤄
실물 크기 세트·전투시간 사실적
‘윤영하,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박동혁.’
이들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은 이미 잊힌 6명의 이름과 2002년의 아픈 기억을 잔잔한 ‘휴먼 스토리’ 형식으로 소환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에게 ‘월드컵 4강 신화’라는 축제로 각인된 2002년 6월의 함성, 그 뒤에 ‘꽃다운 청춘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음을 잊지 말라는 듯이.
영화는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4위전 경기가 열리던 2002년 6월29일, 서해 연평도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참수리 357호 고속정과 북한 등산곶 684호의 교전이라는 ‘실화’에 기반한다. 정장 윤영하 대위(김무열), 조타장 한상국 하사(진구), 의무병 박동혁 상병(이현우) 등 참수리 357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전반부는 이들 셋을 중심으로 고속정 식구들이 전우애와 우정을 다져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해군 출신 아버지를 둔 원칙주의자 장교 윤영하, 임신한 아내의 든든한 남편이자 인간미 넘치는 부사관인 한상국, 장애를 가진 엄마의 효자 아들인 박동혁까지 군인이기 전에 우리 이웃이자 가족이었던 이들의 뒷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다. 살을 맞대야 할 만큼 좁은 고속정 안에서의 일상과 훈련은 군인으로서의 고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안테나를 들고 고군분투하는 장면, 온 몸에 태극기를 그려 넣고 ‘대~한~민~국~’ 구호에 맞춰 함께 응원하는 모습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들임을 강조한다.
후반부는 점차 고조돼 가는 서해 긴장과 결국 북한의 도발로 인해 벌어진 교전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갑판 및 포탑, 조타실 등 고속정 세트를 실물크기로 제작했다. 해군 헬리콥터, 전투기, 링스헬기는 물론 드론까지 동원해 6개월 동안 실제 바다 위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마지막 ‘해상전투신’은 실제 전투를 방불케 한다. 사방에서 넘실대는 바닷물, 피격을 받아 불타는 조타실, 총탄과 피가 튀는 숨 막히는 교전장면은 관객도 그들과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사실적이다. 제작진은 6명 전사, 18명 부상(북한군은 30여명 사상)이라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30분 남짓한 당시 교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전투신에 같은 시간만큼을 할애했다. 130분의 긴 러닝타임 탓에 늘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투신 만큼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런 강점을 살리기 위해 3디로도 개봉한다.
영화는 또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관객을 일어서지 못하게 만든다. 7000여명의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들의 이름이 담긴 엔딩크레디트와 함께 당시 교전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의 인터뷰가 일종의 쿠키영상처럼 삽입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만 7년이 걸렸다. 중간에 투자배급사가 바뀌고 주연배우들까지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부 보수언론의 집중 보도와 기업은행 등 정부 지분율이 높은 금융기관의 투자로 개봉 전부터 ‘극단적인 보수주의 영화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영화는 과도한 논란을 피해가려는 듯 ‘휴먼 스토리’를 강조한다. 물론 영화에는 교전발발을 예측할 만한 통신감청을 군 수뇌부가 무시하거나 교전 다음날 월드컵 폐막식을 보기 위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등 일부 논쟁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김학순 감독은 “당시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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