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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 이제 같이 살아요

등록 2015-06-08 19:13수정 2015-06-08 21:09

고전·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서울아트시네마와 대표적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품은 서울극장. 이렇게 ‘한 지붕 세 극장’이 탄생했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루키노 비스콘티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고전·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서울아트시네마와 대표적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품은 서울극장. 이렇게 ‘한 지붕 세 극장’이 탄생했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루키노 비스콘티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아트시네마·인디스페이스
서울극장 건물에 잇단 ‘새 둥지’
독립·예술영화 중심지로 재탄생
‘한 지붕 세 극장’ 시너지 기대
지난 5일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안 서울아트시네마 라운지. 은백색 머리의 노익원(80)씨가 젊은이들 틈에서 영화 전단지를 읽고 있었다. 노씨는 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이 열리는 서울아트시네마에 <로코와 그의 형제들>을 보러왔다고 했다. “50여년 전 이 영화가 <젊은이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을 때 봤는데, 특별전을 한다기에 찾아왔지. 난 서울극장이 세기극장이던 시절부터 가끔 오곤 했어. 오늘은 평소 즐겨찾던 서울아트시네마랑 인디스페이스가 이곳으로 옮겼다는 소식에 겸사겸사 들렀지 뭐. 요즘 젊은이들은 서울극장 잘 모르지?” 노씨는 마치 자기집을 소개하듯 연신 서울극장의 과거를 설명했다.

‘한국 3대 극장’으로 불릴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극장이 새출발을 선언했다.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고전영화 필름을 보관·상영하는 민간시네마테크인 서울아트시네마와 대표적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품으며 ‘독립·예술영화의 중심지’로 재탄생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디스페이스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신문로 미로스페이스를 떠나 서울극장 3층 6관에 210석짜리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4월 중순,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동 허리우드 극장을 떠나 11관에 202석 규모로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한 지붕 세 극장’이 탄생했다.

두 극장이 잇따라 서울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시너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서울극장에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 우리에겐 가장 큰 유인책이었다. 영화팬이라면 고전·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인디스페이스에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영화 서울아트시네마 기획홍보팀장은 “이전을 하며 라운지 공사 대금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491명이 참여해 애초 목표액 1000만원의 2배인 2000만원을 모았다. 작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희망을 본다”며 “웬만큼 자리를 잡고 나면 세 극장이 연계해 ‘1+1+1 할인 이벤트’ 등 새로운 마케팅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극장 역시 두 극장 이전을 계기로 다시 황금기를 열겠다는 각오다. 지난 1979년 세기극장을 인수해 이름을 바꿔 개관한 서울극장은 이후 25년 동안 충무로 영화판을 좌지우지하며 이름을 날렸다. 단성사·피카디리와 함께 ‘종로3가 트로이카 극장’으로 불리며 한국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서울극장은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후 씨지브이·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몇 차례 경매 유찰 끝에 이름만 남고 극장 기능은 사라져버린 단성사, 멀티플렉스와 제휴해 롯데시네마 피카디리로 이름을 바꾼 피카디리보다는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라지만 옛 명성은 퇴색한지 오래다.

이광희 기획실장은 “서울극장도 작년부터 상업영화 뿐 아니라 다양성 영화를 집중 상영하고 있다. 두 극장의 합류로 작은 영화의 중심지가 된 만큼 새 명성을 쌓고, 20대에서 60대까지 공략하며 윈-윈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극장은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에 각각 라운지 공간을 빌려주고, 5000여만원을 들여 좌석과 스크린을 교체하는 등 시설개선에도 신경을 썼다. 두 극장이 위치한 3층으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가 함께 쓰는 티켓박스 모습.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가 함께 쓰는 티켓박스 모습.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는 재개관 홍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새로운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14일까지 진행하는 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에 이어 ‘한국영화 특별전-새로운 작가 전략’(17~21일)을 연다. <좋은 친구들> <소셜포비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무뢰한> 등을 만날 수 있다. 감독과의 대화도 이어진다.

인디스페이스는 10일 200인 관객을 초대해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상영하고 배우 유지태와 대화를 나누는 ‘집들이’를 시작으로 재개관작 상영에 돌입한다. 이현희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기획전 외에도 극장을 잡지 못해 개봉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극장 거점 개봉 지원 및 홍보·마케팅’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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