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딘 나우스 감독. 사진 아랍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서울 아랍영화제에 온 나딘 나우스
<나의 사랑스런 아빠>(원제:<홈 스윗 홈>)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라비야’라는 학교 교장인 아버지의 모습을 딸이 찍은 다큐멘터리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나딘 나우스(41·사진 ) 감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 6개월 동안 고국 레바논을 드나들며 베이루트에 사는 가족의 풍경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서울에서 열린 아랍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감독을 5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나 아랍출신 여성감독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감독으로 사는 것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아랍인으로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아랍권에선 보편적인 시민의식이라는 것을 가지기 어렵다. 어떤 여자는 모든 자유를 누리지만 얼마전 베이루트에선 남편에게 총 18발을 맞고 사망한 여자도 있었다. 아랍에서 인권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비율이 반반씩 되며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등 주변 나라들의 분쟁이 옮겨붙기 일쑤인 레바논 정세 자체가 모순과 분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속 레바논은 뜻밖에 담담하고 사랑스러우며 일상적인 풍경이다. 가족들은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아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이야기를 나눈다. 감독은 “우리는 참혹했던 전쟁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먹는다. 그때 키우던 개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폭격 가운데서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베이루트서 혁신학교 연
아버지의 삶 다큐에 담아
“분열 틈새서 나갈 길 찾는 것” “유럽인들은 우릴 희생양이나
극단적인 프레임에 가두려 해” “우리는 우리 삶을 살고 있다”는 메시지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한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유럽에서 활동해온 나딘 나우스 감독은 2007년 데뷔작 <팔레스타인에서 저마다의 삶>에서부터 난민캠프에서 이어지는 삶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유럽사람들은 우리를 희생양이라거나, 아니면 극단적이라는 프레임 중 하나에 넣으려고 한다. 아랍 여성에 대해서도 남성에게 복종하는 여자들이라는 클리셰가 있어서 그들은 툭하면 우리를 가르치려든다”는 감독은 “아랍 독재자를 지원해놓고 그 정권을 공격하는 유럽인들의 태도부터가 가식적”이라고 비판했다. 딸은 “서구와 중동, 두 대치점을 오가며” 영화를 찍어왔다. 반면 종파 대립이 심각한 사회에서 수니파인 아버지는 “분열의 틈새를 조심조심 걸으며 앞으로 나갈 길을 찾는 사람”이다. 감독의 아버지가 베이루트에 혁신학교를 연 것은 1976년.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이슬람교도와 그리스도 교도의 민병대 사이 내전이 한창인 때였다. 감독과 형제들은 모두 성인이 되자마자 희망이 없다고 여기며 레바논을 떠났지만 아버지는 남아서 멈추지 않고 어린이들을 가르친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학교가 문 닫을 처지에 놓이자 처음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딸은 아버지에게서 1960년대에 아랍세계 재건을 꿈꿨던 이상주의적 청년의 모습, 나이들어서도 탐색을 멈추지 않는 호기심 강한 아랍 남자, 심지어는 자신과 꼭 닮은 낙관주의를 발견한다. “제가 아버지의 낙천적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어요. 오죽하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남편, 심지어는 7개월된 아들까지 데리고 한국에 올 수 있었겠어요.” 그는 웃었다. 스위스 니옹 영화제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을 접하고 영화가 좋아 일반극장에서 다시 보기도 했다는 감독은 “한국 다큐멘터리는 아주 힘있다”고 말했다. 2014년 스위스 비전 뒤 릴 국제영화제와 모로코 페트완 영화제에서 수상한 <나의 사랑스런 아빠>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두바이 등에서도 개봉했다. 9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아버지의 삶 다큐에 담아
“분열 틈새서 나갈 길 찾는 것” “유럽인들은 우릴 희생양이나
극단적인 프레임에 가두려 해” “우리는 우리 삶을 살고 있다”는 메시지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한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유럽에서 활동해온 나딘 나우스 감독은 2007년 데뷔작 <팔레스타인에서 저마다의 삶>에서부터 난민캠프에서 이어지는 삶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유럽사람들은 우리를 희생양이라거나, 아니면 극단적이라는 프레임 중 하나에 넣으려고 한다. 아랍 여성에 대해서도 남성에게 복종하는 여자들이라는 클리셰가 있어서 그들은 툭하면 우리를 가르치려든다”는 감독은 “아랍 독재자를 지원해놓고 그 정권을 공격하는 유럽인들의 태도부터가 가식적”이라고 비판했다. 딸은 “서구와 중동, 두 대치점을 오가며” 영화를 찍어왔다. 반면 종파 대립이 심각한 사회에서 수니파인 아버지는 “분열의 틈새를 조심조심 걸으며 앞으로 나갈 길을 찾는 사람”이다. 감독의 아버지가 베이루트에 혁신학교를 연 것은 1976년.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이슬람교도와 그리스도 교도의 민병대 사이 내전이 한창인 때였다. 감독과 형제들은 모두 성인이 되자마자 희망이 없다고 여기며 레바논을 떠났지만 아버지는 남아서 멈추지 않고 어린이들을 가르친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학교가 문 닫을 처지에 놓이자 처음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딸은 아버지에게서 1960년대에 아랍세계 재건을 꿈꿨던 이상주의적 청년의 모습, 나이들어서도 탐색을 멈추지 않는 호기심 강한 아랍 남자, 심지어는 자신과 꼭 닮은 낙관주의를 발견한다. “제가 아버지의 낙천적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어요. 오죽하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남편, 심지어는 7개월된 아들까지 데리고 한국에 올 수 있었겠어요.” 그는 웃었다. 스위스 니옹 영화제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을 접하고 영화가 좋아 일반극장에서 다시 보기도 했다는 감독은 “한국 다큐멘터리는 아주 힘있다”고 말했다. 2014년 스위스 비전 뒤 릴 국제영화제와 모로코 페트완 영화제에서 수상한 <나의 사랑스런 아빠>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두바이 등에서도 개봉했다. 9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