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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영화계가 울상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지난 주말인 6~7일 영화관을 찾은 총 관람객 수는 122만4786명에 그쳤습니다. 그 전 주말(5월30~31일)에 견줘 23%, 2주 전 주말(5월23~24일)에 견줘서는 무려 38%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메르스로 연이은 3차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탓입니다. 제작보고회와 시사회 등 영화계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습니다. 이십세기폭스사는 10일 진행할 예정이던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의 쇼케이스를, 쇼박스도 10일 열 예정이던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 제작보고회를 취소했습니다. 영화 <연평해전>은 개봉일을 10일에서 24일로 2주나 미뤘습니다.
그런데 되레 관객들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는 영화도 있답니다. 2013년 8월 개봉한 영화 <감기>인데요. 장혁·수애가 주연 배우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동남아시아 밀입국자를 통해 상륙한 치명적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여름 성수기임에도 3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완성도가 떨어진다”,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평점이 6점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영화는 포털 사이트 영화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고, 메르스의 연관 검색어로 등록되기까지 했습니다. 아이피티브이에서는 조회수가 80배 이상 급증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네요. 아마 ‘호흡기 감염, 감염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라는 영화의 소재가 메르스와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심지어 영화 속 감염 진원지가 ‘평택’인 점도 메르스 사태와 판박이라죠. “영화가 개봉됐을 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전염병이 저렇게 번지고 허술하게 관리되나 싶어 참 시대를 못 따라가는 영화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감독이 시대를 예언한 거네요”라는 한 누리꾼의 평가는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현실의 적확한 반영’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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