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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극비수사’ 유해진 “웃기는 건 다음에, 이번엔 콩비지처럼 담백”

등록 2015-06-11 18:51수정 2015-06-11 22:09

양아치·건달·간첩·타짜·춤선생·해적 등 요상한 배역만 하던 유해진은 올해 ‘변호사’(<소수의견>), ‘상무’(<베테랑>) 역을 맡아 뭔가 ‘출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 조연’이라는 호칭을 죽을 때까지 달고 가고 싶다는 그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너무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가 공부하라고 할 때 안 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양아치·건달·간첩·타짜·춤선생·해적 등 요상한 배역만 하던 유해진은 올해 ‘변호사’(<소수의견>), ‘상무’(<베테랑>) 역을 맡아 뭔가 ‘출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 조연’이라는 호칭을 죽을 때까지 달고 가고 싶다는 그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너무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가 공부하라고 할 때 안 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영화 ‘극비수사’ 도사역 배우 유해진
※이름: 양아치, 용가리, 짭새, 독기, 개스통,
육갑, 빨간구두, 초랭이, 철봉….

※직업: 건달, 어부, 간첩, 피난민, 트럭 운전수,
사당패, 타짜, 춤선생, 해적….

지난 1997년 데뷔 이후 배우 유해진(45)이 거쳐 온 영화 속 캐릭터는 대충 이렇게 정리된다. 피식 웃음이 날 만큼 촌티 흐르는 이름과 역할이다. 배역에 걸맞은 찰진 대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음~파! 음~파! 이것만 기억하면 되는겨! 등신마냥 파~음! 하면 뒤지는겨!”(<해적>), “지 이름은 근영이에유~ 문근영.”(<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유해진은 입만 열면, 걸음만 떼면 폭소를 자아내는 코믹연기로 명성을 쌓으며 ‘국민 조연’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웃음기를 싹 걷어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에서 유괴된 아이를 찾기 위해 형사(김윤석)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도사 김중산’ 역을 맡았다. “기도가 간절하면 하늘도 감응한다”고 믿는 진중한 인물이다. 실로 오랜만의 ‘정극 연기’다. 훌륭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념’, ‘감초’처럼 영화의 맛을 돋우던 모습에 길들여진 관객은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11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해적>의 웃기는 이미지가 영향이 큰 듯하다. 이 작품에선 콩비지처럼 담백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웃기는 건 또 다른 작품에서 채워드리면 된다”고 했다. ‘담백한 연기’를 위해 이번 작품에서 ‘빼기’만을 생각했단다. 과거 <신라의 달밤>에선 극 중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시나리오에도 없는 파마머리를 하고, <공공의 적>에서는 시골장터에서 금박시계를 공수해왔던 그가 이번엔 다 덜어냈다. “속옷 한 장도 무늬 없이 하얀 ‘쌍방울 난닝구’를 입었죠. 뭔가 선비 같은 올곧은 도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아이 찾기에 몰입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코믹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잇단 흥행·예능 활약으로 절정
오랜만에 ‘정극 연기’로 “빼기” 집중
“일이요? 달도 차면 기울잖아요
뚝배기처럼 넉넉한 사람 됐으면”

‘마냥 웃기는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관객도 많겠지만, 사실 유해진은 ‘연극’으로 연기력을 다졌다.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에 빠져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주의 기성극단인 청년극장에 들어가 연기에 입문했다. 환경 영향이 컸다. “어릴 때 집 근처에 문화회관·체육관이 있었는데, 돈이 없어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곤 했죠.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김혜자 선생님을 그렇게 부러워했어요. 엄마 무릎에 누워 듣던 푸념이 결국 제 길을 만든 게 아닐까요?”

‘외모’ 때문에 좌절을 겪기도 했다. 꽃미남이 판치던 90년대 중후반, 조폭을 연상시키는 ‘센’ 외모는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외모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싶은 오기도 있었어요. 제 맘속의 어떤 꿈틀거림이 저를 이끌었죠.” 연기를 전공하기 전 의상학과를 먼저 졸업했고, 연기를 위해 한국무용도 배웠다는 그는 “사실 생긴 대로만 놀았다면, 지금 뭐가 됐을까요?”라며 웃었다.

<왕의 남자> <타짜> <이끼> <해적> 등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7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배우’가 됐지만, 그에겐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 옆에 열 맞춰 놓여있는 ‘조연상 트로피’가 가장 큰 보물이다. “연기생활 통틀어 받을 상이 이게 전부라 해도 전 만족해요. 조연은 왠지 1등 아닌 2등 같은 느낌인데, 더 달려갈 곳이 있고 아직 여백이 남아있다는 뜻 같아 좋습니다.”

27살 늦은 나이에 데뷔해 30대 중·후반부터 ‘피기 시작한’ 그의 연기 인생은 40대에 절정을 맞고 있다. 영화의 흥행을 넘어 예능프로그램인 <삼시세끼>를 통해 대중적으로 큰 사랑도 받았다. 올해에만도 <극비수사>에 이어 <소수의견>, <베테랑> 등 3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일이야 그렇다 치고, 나머지 부분에서도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산에 자주 가는 것도 스스로 돌아보기 위한 거죠. 요즘 ‘예민한 노처녀’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뚝배기처럼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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