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년들은 어떤 만화 볼까
웹툰 즐기지만 판타지물 잘 안봐
“정교한 구성보다 쉬운 만화 선호”
웹툰 즐기지만 판타지물 잘 안봐
“정교한 구성보다 쉬운 만화 선호”
우리에게도 <원피스>보다 오래된 소년만화가 있다. 전극진·양재현 작가의 <열혈강호>는 1994년 만화잡지 <영챔프>의 창간호에서 연재를 시작해 지금은 만화잡지 <코믹챔프>와 여러 웹툰에서 연재하고 있다. 482회 분량이며 단행본으로는 66권까지 발행됐다. 액션과 코믹이 한데 엮인 무협물 <열혈강호>는 소년만화로는 물론이고 단일만화로 최장기 연재물이다. 소년만화 전성기 때 연재를 시작한 만화를 20여년째 지켜온 전극진 작가는 “소년만화를 단일한 경향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웹툰이 흥하면서 한국에서 소년만화는 크게 변했다. 지금 소년들은 정교하게 짜인 구성보다는 쉽게 손에 잡히고 눈에 들어오는 만화를 선호한다”고 했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마다 만화 판매도 크게 늘어났다. 일종의 만화 소비 촉매제 구실을 한 셈이다. 컬러로 제작되고 모바일로 보는 웹툰에선 애니메이션이 필요하지 않다. 10대들이 많이 보는 웹툰이 앞으로 일본 소년만화의 뒤를 이으리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소년들은 지금 웹툰에서 어떤 만화를 보고 있을까? 6월14일부터 20일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10대들이 가장 많이 본 만화는 <노블레스> <외모지상주의> <연애혁명> 순서다. 판타지물에 가까운 <노블레스>, 학원물인 <외모지상주의>, 순정만화로 분류되는 <연애혁명> 등 어느 것도 대결과 발전을 중시하는 기존 원나블 유의 소년만화 범주에는 들지 않는다. <점프> 김영진 편집장은 “이제 소년만화엔 우정·열정·노력을 강조하는 성장담은 멸종되고 있다. 소년들이 보는 만화지만 현실적인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고 꿈보다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많다”고 평했다.
소년만화의 달라진 분위기가 지금 소년들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을까? 만화평론가 서찬휘씨는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10분 정도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 급하게 웹툰을 보고 가는 아이들이 많다. 지금 10대들은 만화를 소비하기보다는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친구들과 함께 모험하며 꿈을 이룬다’는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판타지가 먹힐 리 없다”며 소년만화가 통하지 않는 만화 밖 세상에 대해 말했다. <코믹 챔프> 이봉석 편집장도 “지금 소년들은 만화를 보지 않는다”며 “여자 독자들이 만화시장을 주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일본 만화평론가 나카노 하루유키는 “지금 소년만화 히트작들이 아마도 한 세대가 모두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원피스> 같은 대형 히트작이 소년만화를 대표하기보다는 성별이나 취향에 따라 독자들이 작지만 꾸준한 작은 시장으로 가리라는 예측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웹툰 ‘노블레스’. 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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