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개봉한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열연한 오마 샤리프. AP/연합뉴스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 60년대 풍미했던 명배우 오마 샤리프
알츠하이머로 이집트 병원서 투병…심장마비로 83살에 타계
알츠하이머로 이집트 병원서 투병…심장마비로 83살에 타계
영화 <닥터 지바고>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명배우 오마 샤리프가 사망했다. 향년 83세.
영국 런던에 있는 오마 샤리프의 에이전트 쪽은 현지시각으로 10일 오후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오마 샤리프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고, 숨지기 전까지 이집트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4년 이집트 영화계에 데뷔한 오마 샤리프는 헐리우드로 건너가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의 셰리프 알리 역, <닥터 지바고>(1965)의 타이틀 롤인 유리 지바고 역 등을 연이어 맡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그는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이국적인 외모, 독특한 기품과 카리스마, 열정을 담은 연기력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3년 뒤에 출연한 <닥터 지바고>에서는 섹시하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연기자로 이미지를 굳혔다. 샤리프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1962년, 1963년, 1965년 3차례에 걸쳐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했다. 이후 60년대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는 <퍼니 걸>, <체!> 등에도 출연했다. 한국 팬들에게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담배인삼공사(현 케이티앤지)가 그의 이름을 딴 담배를 생산·판매하기도 할 만큼 친숙하다.
1932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레바논계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오마 샤리프는 이집트 빅토리아 대학에서 공부했다. 학창시절 그는 스포츠광이었으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수려한 외모와 섹시하지만 감수성 넘치는 존재감, 콧수염으로 대변되는 오마 샤리프는 이름 그대로 이집트에서 ‘고귀한’(샤리프는 아랍어로 고귀함을 의미) 배우로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전 부인인 이집트 유명 여배우 파텐 하마마와 결혼하기 위해 1955년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을 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샤리프와 하마마는 1950~60년대 이집트 영화의 대표적인 부부스타가 됐다. 20년의 결혼생활 후 1974년 이혼한 샤리프는 하마마와의 사이에 외아들 타레크 엘샤리프를 뒀다.
생애 동안 80여편의 극장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다작을 한 샤리프는 나치, 체 게바라, 오스트리아 왕자, 징기스칸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퍼니걸>에서는 유대인 도박꾼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집트 정부는 그가 유대인 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1968년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60~70년대 황금기를 누린 샤리프는 그러나 그 이후에는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샤리프가 치매를 앓는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그가 치매로 대사를 외우지 못해 연기를 그만뒀다는 것이다. 샤리프의 아들 타레크는 지난 5월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치매로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타레크는 “3년 전부터 아버지의 치매를 의심했지만, 아버지가 병환을 인정하지 않고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운동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리프는 이혼한 전처 파텐 하마마가 올해 1월 사망해 타렉이 부고를 전했을 때도 며칠 뒤 “파텐은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물을 만큼 치매가 악화된 상태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2011년 11월 로마에서 오마 샤리프가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