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쓰 와이프’ 엄정화 인터뷰
엄정화 씨.
19번째 영화서 가정주부 변신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 선택
가수보다 배우로 길게 가고파” 그는 “부모의 사랑조차 인정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여자,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 돌진했던 이 여자가 녹아버리는 과정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배우 경력 초반에는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를 제대로 대변하는 시나리오를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면, 지금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고른다” 는 그가 이 영화를 택한 이유인 셈이다. 영화에 공감하는 점은 또 있다. 예전엔 누군가에게 방해받는 걸 상상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가끔 완벽한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일이 우선이었던 것을 후회는 안하지만 결혼생각하기엔 너무 시기가 늦었나 이런 생각도 한다”고 했다.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은 뒤 엄정화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예전엔 무대에서의 화려한 이미지가 영화의 역할에 젖어드는 데 방해가 될까봐 가수 엄정화와 배우 엄정화를 철저히 분리했다. 솔로 댄스가수로 정상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에선 엄마 역할을 맡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올해 초 문화방송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 나와 “영화 찍다가 뛰어왔다”고 했을 때 그 영화가 바로 <미쓰 와이프>였다. 토토가 열풍으로 그의 히트곡들이 다시 음원차트에 오르기도 했다. 가수 엄정화의 경력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가수는 무대에서 스스로 즐기거나 뽐낼 만한 퍼포먼스를 하지 못하면 끝이지만 배우로선 나이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며 스크린에서의 엄정화가 훨씬 오래 갈 것임을 예고한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노력한 세월이 있다.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본격 여배우 세계에 발을 딛었다. <싱글즈>로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오로라 공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어떤 신을 찜찜하게 끝내고 집에 가면 계속 차를 다시 돌리고 싶죠. 집에 가서도 그 대사를 반복하는 내가 너무 웃기지만 그 순간은 너무 괴로워요.” 댄스 가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몇배는 더 애를 써야 했다고도 했다. 지금은 아이돌 가수들도 영화에 나온다. 여자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도 훨씬 넓어졌다. 마음을 비웠고, 더이상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안달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 배우로서 시작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갑자기 욕심많은 배우 엄정화가 툭 튀어나온다. “어떡하지 나, 너무 일찍 태어났나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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