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내 애인의 외모가 매일 바뀐다면?

등록 2015-08-04 18:59수정 2015-08-04 22:59

영화 <뷰티인사이드>
영화 <뷰티인사이드>
21인1역 영화 ‘뷰티 인사이드’
한 남자가 있다. 18살 생일 이후, 그는 자고 일어나면 매번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얼굴, 목소리, 성별, 나이, 심지어 인종까지 매일 달라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는 변화된 자신의 성별과 신체 치수에 따라 신발과 옷을 갈아입고 ‘하루짜리 인생’을 산다. 이런 그가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는 일. 한순간 불꽃이 튄 여자와 짜릿한 밤을 보내고도 아침엔 늘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걱정하며 여자보다 일찍 일어나 도망을 치기 일쑤다.

얼굴·목소리·나이·성별·인종까지
자고 일어나면 외모 변하는 남자
정체 알고도 사랑에 빠지는 여자

이범수, 이진욱, 천우희, 우에노 주리
각각 다른 개성으로 한 인물 연기
원작 광고와 차이 비교하는 재미

<뷰티 인사이드>의 여주인공 한효주.
<뷰티 인사이드>의 여주인공 한효주.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매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사는 남자 ‘우진’이 ‘이수’(한효주)라는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이 독특한 설정의 원작은 2012년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해 만든 스토리텔링 형식의 연작 광고다. 남자 주인공 얼굴이 매일 달라지는 데 착안해 일반인이 참여한 비디오를 적극 활용해 만든 일종의 소셜필름이다. 이 작품은 세계 2대 광고제인 칸 국제광고제와 클리오 국제광고제에서 모두 그랑프리를 석권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6~7분짜리 6편으로 이뤄진 이 광고의 2시간짜리 버전인 셈이다.

■ 원작 광고 vs 영화, 비교하는 재미 영화는 원작 광고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남자(우진)가 아침이 되자 뚱뚱하고 못생기게 변해버린 통에 허둥지둥 도망치는 첫 장면부터 매일 다른 얼굴로 하루의 일상을 컴퓨터에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 중간중간 등장하는 대사까지 비슷한 점이 꽤 많다.

하지만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한국적 상황에 밀착시키기 위해 감독은 몇 가지 중요한 설정을 변형시키거나 보탠다. 광고에서 ‘골동품 복원가’인 남자의 직업이 영화에서는 ‘가구디자이너’로 바뀐다. 또 남자의 비밀을 누구도 알지 못하는 광고 속 설정과 달리 영화 속에선 죽마고우인 ‘상백’(이동휘)과 ‘엄마’(문숙)가 남자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런 차이는 광고에는 없는 소소한 깨알 재미와 ‘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상백이 초절정 미녀로 변한 우진에게 “18년 우정을 생각해 한번만 만지게 해주면 안 되냐”고 울부짖는 장면, 조폭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변한 우진에게 “건달같이 생긴 놈이 로맨티스트인 척한다”는 대사를 날리는 장면 등은 폭소를 자아낸다.

■ 21인 1역, 짱짱한 캐스팅이 주는 쾌감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 한 명이 ‘1인 2역’이나 ‘1인 다역’을 한 사례는 흔하다. 최근 개봉한 <암살>에서 전지현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역시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와 추레한 아줌마로 1인 2역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배우가 한 명을 연기하는 ‘다인 1역’은 없었다. <뷰티 인사이드>가 주는 가장 큰 재미는 바로 21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우진’이다. 박신혜·이진욱·이현우·박서준·유연석 등 대세 스타부터 이범수·김주혁·김민재·조달환 등 중량급 배우, 일본 톱스타 우에노 주리까지 21명은 ‘서로 같지만 다른’ 우진의 모습을 개성 넘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연기하는 천우희는 디테일이 빼어난 감정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21명 우진의 상대역 한효주도 흠잡을 곳이 없다. 한효주는 우진의 정체를 알고 혼란스러워하지만 사랑에 빠지고, 결국 현실적 고민들 때문에 갈등하는 ‘이수’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결결이 살려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 광고 감독의 재능이 빛을 발한 연출 <뷰티 인사이드>의 메가폰을 잡은 백종열 감독은 시에프(CF)감독 출신으로서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원작이 광고인데다 21명 각각의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구성을 택했기에 짧고 감각적인 영상과 앵글에 익숙한 백 감독의 장점이 잘 살아난 셈이다.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 풍경 등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도 아름답다. ‘외모가 아닌 내면을 볼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뻔한 주제와 진부한 엔딩조차 재기 넘치는 연출 덕에 그 고루함을 다소 상쇄시키는 느낌이다. 리들리 스콧, 데이비드 핀처, 마이클 베이 등 시에프 감독 출신이 선전하는 할리우드와는 달리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 정도만 이름값을 한 한국 영화판에서, 백 감독이 잘나가는 시에프 감독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주목된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결정적 한 가지. “내면의 아름다움”을 줄창 외치면서도 ‘중요한 장면’에서는 항상 ‘꽃미남 배우’가 등장하다니! 한국 판타지 로맨스에서 <슈렉> 같은 전복의 미학을 기대한 건 애당초 무리였을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영화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