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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가 잊어도…만화는 그 역사를 기억합니다

등록 2015-08-10 21:07

만화로 되새기는 ‘광복 70돌’…부천국제만화축제 선정 작품들
만화는 언제나 시대 속에서 태어나고 만들어지는 매체였다. 만화만의 직설적인 언어는 시대 현실, 에너지, 때로는 집단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12일부터 부천 만화박물관 등지에서 열리는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70+30’이라는 주제로 70년 역사를 담은 만화를 선정했다. 앞으로 30년 뒤 역사를 상상하는 만화도 있다.

짐승의 시간.
짐승의 시간.
‘김근태 고문실’ 재현…참혹했던 22일 흑백만화로

■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 축제 기간 중 부천영상문화단지에 고문실이 세워진다. 건물 밖에는 1985년 고 김근태 전 의원이 갇혀 고문당한 남영동 대공분실 외관을 그린 걸개 그림이 걸리고, 안에는 만화에 나오는 고문실을 입체조형물로 재연했다. 박건웅 작가의 특별전 ‘짐승의 시간: 김근태-남영동 22일간의 기록’이다. <짐승의 시간>은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보낸 22일을 목판화스타일의 흑백만화로 기록하고 재연한 그래픽 노블로 제11회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고문실로 들어가는 복도를 형상화한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원화들이 걸려 있다. 고문실에서 밖을 바라보는 창문도 있다. 남영동에선 인간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었고, 전시장에선 지나간 시간과 통하는 창이다. 박건웅 작가는 <짐승의 시간>에 “돼지가 어떻게 죽는지 직접 본 이들은 마음 편히 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이를 보지 못한 이들은 맛있게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적어 기록자, 증언자로서 만화가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라이파이
라이파이
‘정의소년’ 바람돌이에서 ‘원조 슈퍼히어로’ 각시탈까지

■ 한국의 슈퍼 히어로는? 미국엔 슈퍼맨(1938년) 배트맨(39년) 원더우먼(41년) 등의 슈퍼히어로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엔 1950년대 후반부터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했다. 1957년 하얀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하늘을 붕붕 날면서 악당들을 혼내주는 정의의 소년 ‘바람돌이’가 나왔다. 다음해인 1958년엔 만화가 김원빈이 힘을 쓸 때 주먹이 더 커지는 주먹대장을 내놨다. 아기장수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다. 라이파이, 싼디만, 피맨, 황금가면, 홍길동, 각시탈 등 한국에도 슈퍼 히어로의 계보가 있다. 기획전 ‘전설은 살아있다-한국의 슈퍼히어로’는 195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사이에 만화를 주름잡았던 한국의 수퍼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풍자도 검열당하던 시대, 슈퍼히어로들은 주로 가상의 적과 대결하거나 역사를 무대로 활동했다. 22세기를 배경으로 세계 평화와 행복을 위협하는 사악한 무리들을 처단하던 라이파이(김산호 작가), 1930년대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각시탈을 쓰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응징하는 애국지사 각시탈(허영만 작가) 등이 불합리한 세상, 손발묶인 민중들을 대신해 정의를 구현해주던 원조 수퍼히어로였다.

위안부 할머니·노근리·철거민…

■ ‘망루’가 된 만화 ‘만화의 울림-전쟁과 가족’ 전에선 지금 젊은 작가들이 그린 뜻깊은 역사 만화들을 소개한다. 다음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곱게 자란 자식>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어린 웹툰 독자들에게 다시 꺼내놓은 만화다. 참혹한 역사의 순간에 웃음과 눈물을 잃지 않고 대중성과 리얼리티 모두를 끌어안은 수작이다. 전시는 <곱게 자란 자식>을 비롯, <노근리 이야기>(박건웅 작가), <인천상륙작전>(윤태호 작가) 등 전쟁과 수탈의 시기를 깊이있게 조명한 만화들을 소개한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당시 우리사회의 갈등을 조명한 윤태호 작가의 <인천상륙 작전>은 ‘2015 부천만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 시대에선 만화가들은 어떤 역사에 주목할까? 김홍모 작가의 <망루>, 유승하 작가의 <지 편한 세상>은 철거민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만화로 세계 뉴스를 보도해온 저널리스트 만화가 조 사코는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만화라는 매체는 기존 언론의 틀에 갇히지 않고 불리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 시대를 기록하는 만화가들은 망루에 서서, 가장 낮은 곳을 보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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