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현대사의 아픔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영화제가 열린다. 노무현재단 주최로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2관에서 열리는 ‘제2회 사람 사는 세상 영화축제’다.
‘70년의 고독’을 주제로 한 영화제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러시아,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참혹했던 사건들을 통해 이념 갈등과 체제 대립의 상처를 돌아보고 화해를 모색한 11편의 초청작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신설된 공모부문에서는 단편영화 공모작 17편(극영화 12편, 다큐멘터리 5편)도 상영된다.
개막작은 젊은 다큐 거장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이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가 자행한 100만인 학살사건을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린 다큐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세계 70개 이상의 영화상을 휩쓸었다. <침묵의 시선>은 <액트 오브 킬링>의 연작 형식으로, 대학살 당시 형을 잃은 ‘아디’가 형을 죽이는 데 가담한 주민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베네치아(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폐막작은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 최초로 은사자상을 받은 <위로공단>(임흥순)이다.
<짝코> <레드툼> <텐저린즈> 등 11편의 초청작은 모두 시대의 아픔과 이념갈등을 다룬다. 임권택 감독의 <짝코>(1980)는 ‘빨치산’으로 활동한 짝코와 ‘빨갱이 검거’로 명성을 얻은 형사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통해 이념 대결의 허망함과 인생의 의미를 되짚는다. 자자 우루샤제 감독의 <텐저린즈>는 조지아(그루지야) 압하스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이 배경이다. 전쟁과 전혀 관련 없는 에스토니아인 ‘이보’의 보살핌을 받게 된 두 적군의 이야기를 통해 이념을 넘어선 인간애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초청작 상영 뒤에는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은희경 작가 등 게스트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이어진다.
이밖에 <삐 소리가 울리면> <결혼전야> <클린 미> <팡이요괴> 등 17편의 단편영화 공모작들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이들 영화 가운데 심사를 거쳐 대상 1000만원 등 4개 부문, 총 2000만원의 상금도 수여된다. 상영시간표와 부대행사 등 자세한 정보는 노무현재단 누리집(knowhow.or.kr)을 참조하면 된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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