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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오늘을 위해 그렇게 필름을 갈았나보다

등록 2015-08-25 19:30

신인 영화감독 전성시대
2015년 여름 충무로는 ‘쌍천만’, 두 개의 1000만 관객 동원 영화로 한국 영화의 부활을 알린 스타감독 최동훈·류승완의 귀환에 들떠 있다. 하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신인감독들의 약진은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계가 기념해야 할 또 하나의 성과다. 이들 젊은 감독들은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영화적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위트와 유머, 때로는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사회의식을 갖추고 한국 영화의 또다른 가능성을 열고 있다.

SNS 폐해 ‘소셜포비아’ 홍석재
직장의 공포 ‘오피스’ 홍원찬
안국진·백종열·김성제 감독…
각색·단편영화 차곡차곡 실력다져
재기발랄함·사회의식 갖춘 영화로
어벤져스 등 외화 공세에도 약진

■청춘의 감성 터치부터 사회비판 시각까지

첫 포문은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열었다. ‘생존과 취업’ 등 진지한 고민과 ‘연애·첫사랑’ 등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스물’이라는 나이에 맞는 가벼운 연출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3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은 ‘김혜수·김고은’ 여성 투톱을 과감히 내세워 ‘누아르 장르=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을 전복시켰다. 범죄조직을 통해 생존과 유사 가족, 모성애 문제까지 두루 훑는 독창적 연출로 <어벤져스> 등 외화의 공세에도 147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사이버 마녀사냥 등 에스엔에스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는 ‘제2의 한공주’라는 호평을 받으며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저예산 영화라는 장벽을 넘은 의미 있는 성과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김성제 감독의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라는 사회적 이슈에 법정드라마의 외피를 씌운 뚝심 있는 연출력이 빛났다. 최근 개봉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 질 수밖에 없는’사회적 부조리를 ‘여성 살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려냈다. ‘외모가 매일 바뀌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과 리드미컬한 연출로 주목 받았다, <오피스> 홍원찬 감독은 전쟁터가 돼 버린 직장과 경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동료를 공포의 소재로 삼아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선보였다.

■ 행운 아닌, 오래 노력한 준비된 신인감독

영화계 관계자들은 신인감독의 약진을 “단순한 행운이 아닌 오랜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또는 시나리오·각색 작업을 통해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이병헌 감독은 <과속스캔들><타짜: 신의 손><써니> 등의 각색과 <오늘의 연애>의 각본을 맡으며 ‘말의 맛’을 잘 살리는 이야기꾼으로 충무로에서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13년에는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로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성제 감독은 유명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다. <간첩 리철진><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피도 눈물도 없이>의 프로듀서로 활약했으며, <혈의 누> 각본을 썼다. 홍원찬 감독 역시 <황해><추격자><내가 살인범이다> 등의 각색을 했으며, 단편영화 <골목의 끝>으로 미장셴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실력파다. 한준희·안국진·홍석재 감독 역시 다양한 단편·독립영화로 경력을 쌓아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시나리오·각색 작업, 단편영화를 통해 경험을 쌓았기에 기존 영화적 문법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이를 뒤집어 볼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며 “이들 감독이 영화적 내러티브 구현에 강점을 보이면서도 기존 영화의 관습에서 비껴나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 다양해진 영화 제작·배급 통로 힘입어

무엇보다 영화 제작·배급의 통로가 다양해진 것이 신인감독 약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대형 제작사가 신인감독을 고르고, 영화 제작을 진두지휘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구조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씨지브이 아트하우스 등 새로운 통로를 통해 과감한 실험을 하는 작품,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소재를 택한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의 말대로 <소셜포비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과정 졸업 작품이다. 아카데미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수강생의 작품 중 장편 3편과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하고 있다. 안국진 감독은 “대형 제작사의 시스템 아래서 영화를 만들면 투자자의 의견이 중요시되고 결국 흥행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감독의 스타일과 의지, 주제의식에 따른 연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의 ‘중소 영화 투자·배급’도 하나의 통로로 자리 잡았다. <차이나타운>은 아트하우스가 직접 투자·배급한 영화다. 아트하우스는 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영화의 배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소셜포비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아 각각 300개, 65개의 상영관을 확보했다. 신인감독의 저예산 영화치고는 상영관 규모가 큰 편이다. 아트하우스 이상윤 사업담당은 “우리 모토가 ‘새롭고 도전적인 한국영화를 만들어보자’다. 신인감독 발굴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며 “기본기가 탄탄하고 사회현상을 잘 짚어낸 작품, 시도나 시각 자체가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예 드라마·광고 등 다른 영역에서 실력이 검증된 감독을 수급해 맞춤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뷰티 인사이드> 백종열 감독은 스타급 광고 감독 출신이다.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광고가 원작이다보니 충무로 기성 감독보다는 타 영역에서 뚜렷한 자기 장점이 있는 감독을 찾아 새로운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싶었다. 그래야 새로운 감각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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