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새 영웅 영화 ‘앤트맨’
‘앤트맨’.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앤트맨 수트 입으면 변신하는
찌질한 좀도둑의 세상 구하기
큰 한방보단 재기발랄 잔재미
엔딩 쿠키영상을 놓치지 말길 관객이 이런 ‘초 슈퍼 울트라 히어로’에 식상해 할 때쯤, 이들이 떼로 등장하는 영화를 내놓았던 마블이 이번엔 아예 역발상의 키워드로 무장한 새로운 영웅을 선보인다. 토르의 망치도, 아이언맨의 슈트도,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도, 헐크의 주먹도 간단히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작아서 더 강한 ‘앤트맨’이다. 영화 <앤트맨>(3일 개봉)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개미인간’이다. 크기가 1.27㎝ 밖에 되지 않는다. 마블의 세계관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사실 ‘앤트맨’은 지금까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리 만큼 마블 역사에서 중요한 캐릭터다. 만화 속 ‘앤트맨’은 어벤져스의 창립을 주도한 인물이자,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악당 ‘울트론’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앤트맨’이 만화 속에서 뛰쳐나와 영화판 마블 세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시작은 이렇다. 좀도둑 스콧 랭(폴 러드)은 어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출소 뒤 범죄에서 손을 씻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전과자가 직장을 잡기는 힘든 일. 고작 아이스크림 가게인 ‘베스킨라빈스31’조차 그가 전과자임을 단박에 알아내는 무서운 세상이다. 스콧은 결국 범죄자 동료들과 함께 ‘돈 많은 늙은이’의 집을 털기로 한다. 그러나 금고 안에는 돈이 아닌 요상하고 촌스러운 슈트 한 벌만이 놓여있다. 알고 보니 입으면 사람의 몸집을 줄여주는 ‘앤트맨 슈트’다. 집 주인은 슈트를 개발한 유명 과학자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 행크는 스콧에게 앤트맨이 돼 자신의 딸 호프(에반젤린 릴리)를 도와 대런 크로스(코리 스톨)의 ‘옐로 재킷 음모’를 막아달라고 제안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마블 히어로물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찌질하지만 본성은 선한 한 인간이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되고, 이기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결국 영웅적 면모를 폭발시켜 세상을 구한다는 것. 다만 <앤트맨>은 여기에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덧입힌다. 딸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은 찌질남 스콧, 좀 모자라고 덜 떨어진 동료 3인방, 제 몸의 수백 배 무게도 들어 올릴 수 있는 개미 군단이 힘을 모아 악당의 실험실에 침투하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입이 떡 벌어지게 똑 떨어지진 않지만, 오밀조밀 재기발랄한 작전이 주는 쾌감도 꽤 짜릿하다. 여기에 <앤트맨>은 개미처럼 작은 초소형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스펙터클 블록버스터는 던져버리고, ‘작고 소소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탄성을 자아내는 화려하고 큰 ‘한 방’ 대신 빵 터지는 귀여운 유머가 주는 ‘잔 펀치’로 승부를 건다고 할까? 앤트맨 슈트를 입고 버튼을 누르면 스콧은 한 순간 개미처럼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한다. 앤트맨은 열쇠구멍이나 수챗구멍처럼 작은 곳으로도 드나들 수 있고, 개미들을 뇌파로 조종할 수도 있다. 영화는 정교한 씨지(CG) 기술을 통해 ‘개미인간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관객의 상상 이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장난감 기차 트랙에서 벌어지는 앤트맨과 옐로 재킷의 한 판 승부는 영화의 백미다. 앤트맨의 시선에서는 폭주하는 기관차인 ‘토머스’가 평범한 어린이인 딸의 눈에는 한 낱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폭소가 터질 수밖에 없다. 30~40대 관객이라면 집에서 비디오로 봤던 <애들이 줄었어요>(1990)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외치는 ‘앤트맨’의 등장을 기점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세계관) 2기가 끝나고 3기가 시작된다. 앞으로 이 귀여운 초소형 영웅은 또다시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내년에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출연하는 것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진득이 자리를 지킨 관객들은 마블의 전매특허인 쿠키영상(이번에는 2개!)을 통해 앤트맨의 이후 행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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