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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어른들이 가둔 세상에서 반드시 탈출한다, 다같이

등록 2015-09-08 19:01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메이즈 러너2)'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메이즈 러너2)'의 한 장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미로탈출 그 뒷얘기 ‘메이즈 러너2’
의심품곤 ‘보호아닌 감금’ 깨달아
1편보다 화려하지만 기시감 있어
지난해 4월16일 이후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규칙’ 또는 ‘명령’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생존’을 위해서다.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남으려면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질서나 시스템에 군말 없이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1편의 거대한 미로에서 탈출한 아이들은 한국의 젊은 세대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글레이드에 적응해 살면 잔인한 괴물 그리드에게 잡아먹힐 일은 없다며 다독이는 동료들과 달리, 사라진 기억을 복원하고 미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토머스(딜런 오브라이언)는 ‘균열’의 시작이었다.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메이즈 러너2)은 미로 탈출에 성공한 아이들이 겪는 본격적인 ‘의심’과 ‘각성’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로를 탈출한 토마스와 친구들은 자신들을 구출해 준 군인들을 따라 보호소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다른 글레이드에서 구조된 아이들도 많이 있다. 보호소 우두머리 격인 잰슨(에이단 길렌)은 “지구에 퍼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크랭크’(일종의 좀비)가 되어 공격을 가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한정된 인원을 뽑아 크랭크가 없는 안전한 지역으로 아이들을 보내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토머스는 잰슨의 말에 ‘의심’을 품게 되고, 자신이 겪었던 위험한 실험에 미스터리한 조직 ‘위키드’가 관여된 것을 알게 된다. 토머스는 민호(이기홍), 뉴트(토마스브로디 생스터), 트리샤(카야 스코델라리오) 등과 함께 위키드의 정체와 음모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보호소를 탈출한다. 하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크랭크들이 우글거리는 사막의 도시 ‘스코치’. 토머스 일행은 ‘위키드’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저항단체를 만나 함께 ‘위키드’에 맞서기로 한다.

<메이즈 러너2> 속 아이들은 점차 스스로의 판단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주체’로 거듭난다.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어른들과 달리 토머스 일행은 죽음의 위기에서조차 친구들의 손을 절대 놓지 않는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연대의식’,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동료의식’을 배워나간다. “희망이 제일 나쁘다. 쓸데없는 희망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다”는, 어른들이 심어놓은 사고의 틀을 과감히 전복시킨다. 영화 속 어른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역설한다. 어쩐지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대신 손쉽게 “소수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는 현시대 위정자들의 ‘교묘한 공리주의식 포장’과 닮았다.

1편과 마찬가지로 <메이즈 러너> 2편 역시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등 비슷한 판타지 소설 기반 영화의 서사구조를 빼다 박았다. 1편의 깜짝 성공에 힘입어 2편은 제작비를 크게 늘리고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승부하는 전략까지 비슷하다. 오직 ‘미로’ 하나로 관객의 심장을 죄었다 풀었다 했던 1편에 견줘 2편은 광활한 사막, 무시무시한 크랭크, 과감한 총격신과 폭파신까지 확실한 업그레이드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오히려 1편보다 더 강한 기시감을 주는 듯해 아쉽다. 그나마 <헝거게임>, <트와일라잇>, <다이버전트>와는 달리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2부로 나뉘지 않고 한 번에 끝난다는 소식이 전해져 다행이랄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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