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난다, IPTV
재방송·VOD 서비스에서 진화
버튼 하나면 공연장 있는 듯
방송 이외 콘텐츠 소구력 증가
디지털 단독·최초 개봉 영화도
버튼 하나면 공연장 있는 듯
방송 이외 콘텐츠 소구력 증가
디지털 단독·최초 개봉 영화도
# 전업주부로 3살·6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선혜(38)씨는 지난 6월 집에 앉아 ‘베를린 필 하모닉 콘서트’를 실시간으로 감상했다. 독일 베를린 필의 야외공연장 발트뷔네에서 열린 이 공연을 지구 반대편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아이피티브이 덕분이다. 김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제대로 된 클래식 공연 한 번 보러 가기 힘들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을 집에서 단 돈 9900원에 실황으로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 대구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수현(18)군은 ‘윤도현(YB) 밴드’의 팬이다. 김군은 지난 7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이티엔(JTN) 라이브 콘서트 위드 와이비(YB)’ 실황중계를 예약 구매해 아이피티브이를 통해 감상했다. 김군은 “집이 지방이다 보니 공연을 보러 서울까지 가는 걸 부모님이 반대하셨는데, 아이피티브이 덕분에 온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피티브이가 진화하고 있다. 본방이 끝난 방송 프로그램이나 극장 개봉이 끝난 영화를 브이오디(VOD·주문형 비디오)로 보는 데서 나아가 이제는 최초 개봉영화는 물론 연극·콘서트·뮤지컬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마치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한 사운드와 현장감을 느낄 수 있고,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집에서 편히 만날 수 있으니 안방 관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케이티 올레 티브이는 올해 ‘베를린 필하모닉’, ‘윤도현 밴드’, ‘어반자카파 콘서트’ 등 실황 중계는 물론 연극 <혜경궁 홍씨>의 공연 브이오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12일과 다음달 4일에는 각각 인기 어린이 뮤지컬 <동요콘서트 구름빵>과 <또봇 태권 케이(K)>를 유료생중계할 예정이다. 또 오프라인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케이티와 함께하는 토요일 오후의 실내악’ 공연 실황을 격주로 정례화해 유료 중계한다. 올레 티브이 문지형 홍보과장은 “이미 2010년부터 젊은 연극제 등 150여 편의 연극과 아이다 등 100여 편의 오페라, 퀴담·호두까기인형 등 50여 편의 무용·서커스 공연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제공하고 있다”며 “방송이나 최신 영화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에 대한 소구력이 증가 추세라 서비스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극장에서 내린 영화만 주로 볼 수 있었던 영화 브이오디도 판도가 변하고 있다. 출범 6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아이피티브이가 이제 영화관의 보조 채널이 아닌 거대한 수익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피티브이·극장 동시 개봉작은 물론 디지털 단독·최초 개봉 콘텐츠도 늘고 있어 신작을 극장보다 아이피티브이로 먼저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영화 투자배급사 뉴(NEW)가 부가판권 유통·제작을 위해 설립한 ‘콘텐츠판다’는 국내에 미처 소개되지 않은 중화권 흥행작을 아이피티브이 최초 개봉관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의 중국 진출작 <미스 히스테리>, <첨밀밀> 진가신 감독의 신작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씨제이이엔엠 역시 중국판 <수상한 그녀>인 <20세여 다시 한 번>을 아이피티브이를 통해 최초 공개했다. 할리우드 직배사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미국 극장 상영작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최초 개봉관’을 지난해 12월 올레티브이에 론칭하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인히어런트 바이어>,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더 위 앤 더 아이> 등 유명 감독의 영화를 단독 개봉했다.
콘텐츠판다 김재민 본부장은 “한 해 제작되는 1000여 편의 영화 가운데 약 10%의 영화가 개봉관 전체를 독점하다시피 하니 개봉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영화가 많다”며 “흥행이 쏠리는 개봉관과 달리 브이오디 시장은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홍보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수익을 뽑아낼 승산이 있다. 앞으로도 서비스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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