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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박 피디, 아니 박 감독 TV에서 영화로…그의 이유 있는 ‘배반’

등록 2015-09-10 21:33수정 2015-09-10 22:25

방송은 다큐 영화의 원천
지난해 4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다양성영화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지난 2011년 방영된 한국방송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편에 출연했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진모영 감독은 “<인간극장>을 보고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달할 진심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느껴 노부부가 있는 시골 마을로 직접 찾아갔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인간극장> 속 행복한 노부부의 모습에서 나아가 ‘할아버지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뒷이야기를 다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던 독립 피디들이 영화 제작에 뛰어들면서 방송 소재를 차용한 다큐 영화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던 독립 피디들이 영화 제작에 뛰어들면서 방송 소재를 차용한 다큐 영화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최근 <님아…> 처럼 방송에서 소재를 차용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늘고 있다. 방송용 프로그램을 극장용으로 재편집해 개봉하거나 방송에 출연했던 사람들의 ‘그 후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후쿠시마의 미래>.
<후쿠시마의 미래>.
<기적의 피아노>.
<기적의 피아노>.
<춘희막이>.
<춘희막이>.
올해 4월 개봉한 다큐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진실을 다룬 영화다. 이홍기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지난 2013년 오비에스(OBS)와 아리랑티브이에 <0.23μSV - 후쿠시마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방송됐던 프로그램의 극장판이다. 이 감독은 앞서 지난해에도 아리랑국제방송에 방영된 자신의 동명 다큐멘터리를 영화화 한 <순천>을 만들었다. 지난 3일 개봉한 다큐 영화 <기적의 피아노>(감독 임성구)는 에스비에스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했던 시각장애인 소녀 피아니스트 예은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호기심꺼리로 반짝 관심을 끌고 잊혀진 예은이가 그 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3년여의 촬영을 통해 잔잔히 그려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춘희막이> 역시 방송 다큐에서 아이템을 가져온 경우다. ‘본처와 후처의 동고동락’을 담은 이 영화는 박혁지 감독이 지난 2009년 오비에스 <가족-여보게, 내 영감의 마누라>에서 다뤘던 소재를 다시 영화화 한 작품이다.

방송다큐 제작환경 악화되며
열정만으론 버티기 힘들어져
소재 차용하거나 극장용 재편집
독립피디 다큐영화 진출 늘어
해외 영화제 잇단 수상도 자극제

이런 현상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재능 있는 독립 피디들이 앞다퉈 영화판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진모영, 이홍기, 임성구, 박혁지 감독 등은 모두 독립 피디 출신이다. <춘희막이> 박혁지 감독은 “방송은 촬영기간이 한정돼 좋은 소재도 마음 먹은 만큼 다 담아내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영화라는 매체는 그런 부분에서 더 자유롭다”며 “피디들은 이미 영상 언어에 익숙한데다 스토리텔링 훈련이 잘 돼 있어 영화에서 나름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독립 피디의 영화 진출은 아이엠에프 이후 제작비가 크게 줄어드는 등 국내 방송 다큐 제작 현실이 열악해진 탓이 크다. 진모영 감독은 <님아…>의 성공 이후 “방송 다큐 제작 환경이 10년 이상 정체되면서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고, 촬영 원본·저작권 등의 미래수익도 방송사가 모두 가져가는 등의 열악한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독립 피디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독립 피디 출신 감독들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을 하고 펀딩에도 성공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됐다. 세계 최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이자 마켓인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지난 2009년 박봉남 감독의 <아이언크로우즈>가 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0년 이성규 감독의 <오래된 인력거>가 장편 경쟁 진출에 성공했고, 같은 해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독립 피디들이 영화에서 가능성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해외 선진국의 경우, 방송용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등 방송과 스크린의 경계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라며 “재능 있는 피디들의 유입은 다큐 영화의 형식적 다양화와 질적·양적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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