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매튜(조시 하트넷)는 카페 공중전화 부스에서 옛사랑 리사(다이앤 크루거)의 목소리를 듣는다. 급하게 쫓아갔지만 리사는 사라졌다. 2년 전 어느 날 이유 없이, 말도 없이 그의 곁을 떠났던 것처럼. 그리고 리사가 떨어뜨리고 간 호텔 열쇠. 이제 매튜는 약혼녀도 출장도 장래도 내팽개친 채, 리사가 흘린 열쇠를 손에 쥐고 리사를 찾아, 자신과 리사에게 일어났던 일들의 진실을 찾아 도시를 헤맨다.
드디어 리사의 집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우연찮게 매튜의 손에 또다른 열쇠 하나가 쥐어진다. 이번엔 그 집열쇠. 조심스레 문을 따고 들어간 매튜는 그 곳에서 낯익은 리사의 흔적과 느낌을 발견한다. 하지만 2년 간 그를 짖누른 비밀의 문을 열어젖혔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 리사가 아닌, 리사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로즈 번)가 나타난다. 리사의 흔적이 가득한 아파트, 수상한 느낌의 또다른 리사…매튜는 혼란에 빠진다.
폴 매기건 감독의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면서 관객의 감정 이입을 의도하는 통상적인 멜로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의 자연스런 흐름을 끊고 현재와 과거, 현상과 그 이면을 오가는 미스터리 구조가 매력적인 멜로 영화다. 리사의 흔적을 좇던 매튜는 그 흔적으로부터 과거를 떠올리지만, 이내 그 기억 바깥에 ‘보이지 않던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 뜻밖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것은 매튜의 기억 속에서 배제됐던 ‘보이지 않던 인물’이고, 그 인물이 사실은 매튜와 리사의 과거와 현실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반전은 섬뜩하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로만느 보링거가 주연했던 프랑스 영화 <라 빠르망>의 리메이크작이다. <라 빠르망>을 봤던 관객이라면 <당신이…>의 구조가 전혀 새롭지 않을 것이고, <라 빠르망>을 감명깊게 봤던 관객이라면 할리우드식으로 좀 더 가벼워진 <당신이…>가 불만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았거나 전작의 무거움 또는 비극적인 결말이 싫었던 관객이라면, 2년 동안 감춰졌던 연인들의 비밀을 풀어헤쳐 재조합하는 데 걸리는 2시간은 짧게, 그리고 극적인 해피엔딩은 짜릿하게 느껴질 것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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