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도움준다 생각말고 ‘평등한’ 관계서 작업해야”
“조선(이하 북한)과 합작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최초의 북·중 합작영화 <력도산의 비밀>(2005년)을 연출한 재중동포 박준희 감독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화 수준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돕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입장에서 합작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중국 장춘영화제작소,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함께 <력도산의 비밀>을 연출했으며, 10일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필름커미션(BIFCOM) 2005―중국과 북한의 영화합작을 통해 본 남북영화합작의 전망’ 세미나에 참석했다.
박 감독은 “북한과 합작영화를 만들 때 서로 다른 정치체제에서 오는 문제는 오히려 쉽게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영화 발전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합작이 영화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그래서 대외용 영화를 만들 때는 대내용 영화와 달리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훨씬 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합작에 열린 자세
돈없고 장비 뒤떨어질뿐
영화인력·촬영장은 수준급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영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 그리고 잘못된 이해를 근거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동들이다. 그는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장비가 낙후되고 제작비 마련이 힘들 뿐, 영화 인력이나 영화촬영장은 수준급”이라고 평가했다. “북·중 합작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나 감독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였고, 대규모 영화세트도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력도산의 비밀>도 인력과 촬영장소 등은 북한이 맡고 현금은 중국에서 대는 식으로 합작이 이뤄졌다. 중국 쪽 투자액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건비 등을 계산해 보니 실제로 투자액은 북한 쪽이 더 많았다. “북한의 우세는 승인하고, 그 열세는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은 맘만 먹으면 엑스트라를 10만 명도 동원할 수 있는 나라고, 이는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다른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북한과 ‘평등한’ 합작영화를 만든다는 자세만 있다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지난해 5월 북한과 접촉을 시작해 지난 9월 말까지 기획, 시나리오 재창작, 감독은 물론 원고 번역과 통역, 분쟁 화해까지 도맡았던 재중동포 출신 ‘북중 합작 전문가’의 진심 어린 조언이다. 박 감독은 현재 <력도산의 비밀> 남·북·중 개봉과 함께, 남·북·중 3국 합작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남한의 ㈜아이씨플러스와 중국의 장춘영화그룹은 이미 3국 합작을 결정한 상태다. 북한 쪽과는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박 감독을 포함해 중국 쪽을 신뢰하고 있고, 3국 합작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전망은 밝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최고급인 감독과 배우들의 참여도 점쳐지고 있어, 합작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도 높다. 부산/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돈없고 장비 뒤떨어질뿐
영화인력·촬영장은 수준급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영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 그리고 잘못된 이해를 근거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동들이다. 그는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장비가 낙후되고 제작비 마련이 힘들 뿐, 영화 인력이나 영화촬영장은 수준급”이라고 평가했다. “북·중 합작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나 감독의 역량이 놀라울 정도였고, 대규모 영화세트도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것이다. <력도산의 비밀>도 인력과 촬영장소 등은 북한이 맡고 현금은 중국에서 대는 식으로 합작이 이뤄졌다. 중국 쪽 투자액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건비 등을 계산해 보니 실제로 투자액은 북한 쪽이 더 많았다. “북한의 우세는 승인하고, 그 열세는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은 맘만 먹으면 엑스트라를 10만 명도 동원할 수 있는 나라고, 이는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다른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북한과 ‘평등한’ 합작영화를 만든다는 자세만 있다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지난해 5월 북한과 접촉을 시작해 지난 9월 말까지 기획, 시나리오 재창작, 감독은 물론 원고 번역과 통역, 분쟁 화해까지 도맡았던 재중동포 출신 ‘북중 합작 전문가’의 진심 어린 조언이다. 박 감독은 현재 <력도산의 비밀> 남·북·중 개봉과 함께, 남·북·중 3국 합작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남한의 ㈜아이씨플러스와 중국의 장춘영화그룹은 이미 3국 합작을 결정한 상태다. 북한 쪽과는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박 감독을 포함해 중국 쪽을 신뢰하고 있고, 3국 합작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전망은 밝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최고급인 감독과 배우들의 참여도 점쳐지고 있어, 합작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도 높다. 부산/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