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왜 산에 오르냐? ‘인생’이 거기 있으니까

등록 2015-09-22 19:06

영화 '에베레스트'. 사진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영화 '에베레스트'. 사진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실화 영화 ‘에베레스트’
해발 8848m. 인도 북동쪽,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위치한 에베레스트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에베레스트 등반 첫 도전자는 영국 산악인 조지 리 맬러리. “에베레스트에 왜 오르냐”는 질문에 그는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이후 산악인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1924년 3차 등반에 나선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맬러리의 도전 이후 30여 년 만인 1953년, 영국의 에드워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가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다.

등반가 20여명의 에베레스트 도전
다큐 찍듯 리얼하게 담아내
눈사태 등 함께 조난당한 듯 ‘생생’

영화 <에베레스트>는 인간의 심장도 얼어붙게 한다는 영하 40도의 강추위, 지상의 3분의1에 못 미치는 산소량,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고산병과 싸우며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한 산에 도전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배경은 상업 등반 가이드 시대가 열리면서 에베레스트 정복 열망이 뜨거웠던 1996년. ‘어드벤처 컨설턴츠’의 롭 홀(제이슨 클락)과 경쟁 회사 ‘마운틴 매드니스’의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 그리고 세계에서 몰려든 등반가들 20여명은 1996년 5월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목수·집배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더그 한센은 “동전을 모아 후원해 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나선다. 일본 여성 최초로 세계 6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남바 야스코는 “하나 남은 7번째 (최고봉에)에 도전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동참했다. 이들에게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은 ‘인생을 살아내는 것’과 매한가지다.

<에베레스트>가 다른 산악 영화와 가장 차별화 되는 지점은 ‘감동 휴먼 드라마’ 따위의 식상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동료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식의 우정과 희생의 스토리는 없다. 시종일관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 롭 홀을 비롯한 팀원들의 등반을 리얼하게 조명한다. 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서 제4캠프까지, 사우스 서미트에서 힐러리 스텝까지, 또 거기서 정상까지 점점 가빠오는 숨을 고르고 체력을 안배하며 산을 오른다. 쏟아져 내리는 빙괴를 피하고, 아찔한 높이에서 로프를 메고, 앞이 보이지 않는 설원에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을 따라가노라면, 관객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제작진은 1년 동안의 촬영을 대부분 에베레스트와 알프스 산맥에서 진행했다. 시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맥스 카메라와 필름, 촬영장비를 싣고 험난한 설원을 누볐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은 제작 전 실제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했을 정도로 사전 준비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이런 노력은 화면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쉬운 것은 상업 가이드 시대의 무분별한 등반에 대한 비판이 겉핥기에 그친다는 점이다. 순수하지만 잔혹한 자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등반에서 미숙한 준비는 곧 죽음이라는 사실, “인간끼리 경쟁할 필요 없다. 우리는 이 산과 경쟁해야 한다”는 극 중 롭 홀의 대사처럼 상업 등반의 잘못된 현실을 좀 더 명확히 짚었으면 좋았겠다. 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