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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송강호와 언젠가는 꼭 영화찍고 싶다”

등록 2015-10-06 18:56

새영화 들고 부산 찾은 고레에다 감독


“어제 배우 송강호씨를 만났는데, 보자마자 ‘올해도 만나네요’라고 인사했어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가 20돌, 저도 감독 데뷔 20년입니다. 영화제도 저도 지난 20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에 감회가 남달라요.”

배두나에게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공기인형>(2010),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53) 감독이 새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들고 다시 부산을 찾았다. 5일 만난 그는 부국제 20돌에 대한 덕담과 함께 “언젠가 송강호와 꼭 영화를 찍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가족 연장선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버지 장례식서 이복여동생 만나
품는 따뜻한 ‘현대판 작은아씨들’
맑고 아름다운 풍경에 절로 미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티캐스트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티캐스트 제공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을 통해 그가 천착해온 ‘가족’이라는 화두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바닷마을…>은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했던 세 자매가 이복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요시다 아키미 원작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화두는 같지만, 감독의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차분하지만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던 전작과 달리 <바닷마을…>은 시종일관 따뜻하고 유쾌하다 못해 판타지적인 느낌을 준다. “원작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듯합니다. 사실 제 촬영 관점 자체가 네 자매를 남기고 죽은 아버지가 천국에서 내려다보며 아이들의 인생을 축복하고 행복을 비는 관점이랄까요? 딸을 키우다 보니 제 시선도 ‘자식’에서 ‘부모’로 이동하더군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변화죠.”

부모 대신 동생들을 돌본 탓에 책임감이 강한 첫째 사치,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라 나쁜 남자에게 빠지기 일쑤인 둘째 요시노, 남자에 대해서도 음식에 대해서도 취향이 독특한 셋째 지카, 자기 생모 탓에 무너진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감정 표현에 익숙지 않은 막내 스즈까지…. 캐릭터가 확실한 네 자매의 이야기는 어쩐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장편소설 <작은 아씨들>(1869)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 만화를 처음 읽었을 때, 저도 <작은 아씨들>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가족에 대한 시각은 정반대죠. <작은 아씨들>은 남북전쟁에 나간 아버지가 돌아와 비로소 가정의 평화가 완성되지만, <바닷마을…>은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되레 가족의 안정감이 깨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판 작은 아씨들’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 티캐스트 제공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 티캐스트 제공
영화는 장례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영화 속 어느 누구도 울고불고하지 않는다. 가마쿠라의 사계절은 흘러가고, 앞뜰의 매실은 살뜰히 익어간다. 집 기둥에 새겨진 키재기 눈금이 조금씩 변하듯 네 자매의 삶도 계속될 것이다. “이번 영화는 시간의 축이 매우 길어요. 할머니가 죽어도 할머니가 심은 매실나무는 계속 열매를 맺듯, 니노미야 아줌마가 죽고 식당이 문을 닫아도 전갱이튀김은 어디선가 계속 만들어지겠죠. 긴 시간의 축 속에서 죽음 역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장례식이 여러 번 나와도 어둡지 않은 이유는 제 카메라가 남겨진 사람들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일 거예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시작했기 때문에 “머릿속 이미지를 화면에 구현하기보단 오히려 눈앞의 이미지를 발견해 카메라에 담는 것에 익숙하다”는 고레에다 감독.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 속 가마쿠라의 풍광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마치 극장 안에 가마쿠라의 청량감 넘치는 공기가 조용히 흐르는 느낌을 줄 정도다.

착하고 맑은 영화로 돌아온 고레에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죽음을 앞둔 부모를 보는 자식이 아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희망을 느끼는 아버지의 입장이라 지금 제 시각이 낙관적인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정반대로 일본의 현실은 어둡죠. 그런 현실적 시대상을 제대로 그려내야 한다는 의무감은 언제나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제 다음 영화가 꼭 해피엔딩이란 법은 없습니다.”

부산/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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