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미소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에서 미소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캐릭터를 생각할 때마다 매일 울었어요. 지금도 티브이에서 북한 새터민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이 왈칵 솟아요.” 영화 <설지>(감독 박진순)에서 이미소(27)가 맡은 역할이 왜 그리 슬픈지는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왜 공동주연인지도 마지막에 알 수 있다. 이미소는 영화에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새터민 화가 설지(다나)의 친구 순영 역을 맡았다. 밝고 거리낌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참혹한 운명에 갇혀 있는 캐릭터다.
<쎄시봉><초인시대><설지>. 그가 출연해 올해 개봉하는 영화만 3편이다. 배우 김부선의 딸로 알려져 있지만, 배우 이미소가 헤쳐온 현실은 다른 조연배우들처럼 팍팍하다. 2009년 <여고괴담5>에서 조연 이미소 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상업영화에선 단역과 조연을, 독립영화에서는 주연을 맡아가며 연기 내공을 다져왔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남과 여>(감독 이윤기)에선 공유의 부인 역을 맡았다. 이미소는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좌절감이 컸다. <설지>는 역할이 슬퍼도 촬영 현장이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남과 여>는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하루하루 무겁고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곧 “20대, 30대 때만 배우 하고 은퇴할 것이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할 건데 서두를 것 없겠죠?”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미소에게 새로운 도전이 또 생겼다. 12월11일부터 막이 오르는 연극 <에쿠우스>에서 질 메이슨 역을 맡은 것이다. 처음으로 서는 연극 무대인데다가, 어머니 김부선이 꼭 30년 전인 1985년 했던 배역이라 더욱 부담이 크다. “그런데 연극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헤어나오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무대에 서면 관객도 안 보일 만큼 내게만 집중되는 조명이 배우를 흥분하게 만들어요.” 27살 여배우. 시작하는 나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