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엑스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단편영화 '엄마'. 시지브이 제공
상영관의 진화, 영화의 진화
영화관 어두운 벽에서 바퀴벌레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한쪽 벽에선 쥐들이 몰려들었다. 앞쪽 스크린에서는 귀신을 쫓는 구마의식이 이어진다. 극장 안 관객들은 두 사제와 함께 명동 뒷골목 어두운 모텔방에 갇힌 듯 가슴이 갑갑하다. 상영중인 영화 <검은 사제들>은 구마의식 장면을 중심으로 25분 동안 영화관 앞과 양면을 모두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스크린엑스 기법을 본격 선보였다. 16일 개봉하는 <히말라야>도 스크린엑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는 스크린엑스 버전을 위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봉우리들을 모두 양쪽 화면에 담아내는 촬영을 했다.움직임과 촉감을 느낄 수 있는 4차원 영화관, 스크린엑스 같은 다면상영시스템을 염두에 둔 영화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극장의 새로운 기술이 영화의 얼굴을 바꾸고 있다.
16일 개봉 영화 ‘히말라야’ 등 다면상영시스템 염두 제작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 편집…홈미디어 시대 기술진화 재촉 ■ ‘제2의 아바타’ 찾는 극장 3일 개봉한 영화 <하트 오브 더 씨>(감독 론 하워드)는 4차원 상영관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다. 3차원(3D) 영화에선 단순히 뿌옇게 흐려지던 장면들이 4차원에서는 흔들리는 배에서 쳐다보는 느낌을 표현하는 효과의 일부분이 된다. 얼마전 미국에선 입체 화면으로 아찔한 느낌을 표현하는데 주력한 <에베레스트><하늘을 걷는 남자>등이 아이맥스 입체영화관에서 먼저 개봉한뒤 일반 상영관으로 스크린수를 넓혀가는 개봉 방식을 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수 상영관을 고려해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2009)부터다.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평면 영화로 제작되어 입체로 변환된 영화들이 질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입체영화 제작 시스템이 새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최병환 시제이 포디(CJ 4D)플렉스 대표는 “그 뒤 입체영화 제작과 투자가 붐을 이뤘지만 사용자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혁신적인 기술과 콘텐츠가 맞아 떨어진 작품이 새로운 스크린 기술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했다.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를 시작으로 다면상영 작품을 제작해온 스크린엑스 스튜디오 이혜원 프로듀서는 “최근엔 촬영단계부터 컴퓨터 그래픽 등에 대비해 여러 화면을 넓게 찍어두는 추세”라며 “스크린엑스를 제작할 때도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 배우가 없는 장면, 영화에 나오지 않는 다른 대상 등을 넓게 촬영해서 편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스크린엑스 방식으로 제작되는 영화에선 3대의 카메라가 추가로 동원된다. <검은 사제들>이 다양한 각도를 찍어 구마의식의 뒷모습을 살렸다면 <히말라야>는 전면 스크린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히말라야 봉우리 등을 추가 촬영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 레이저에서 다면 스크린까지 요즘 대형 극장들의 경쟁은 주로 레이저 영사기를 통한 상영 기술의 질적 변화와 규모의 극대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극장 개봉에 구애받지 않고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홈 미디어 시대에 극장들은 대형화와 상영 기술에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롯데시네마는 수원관 수퍼플렉스에 국내 최초로 식스피(6P) 레이저 영사기를 들여왔다. 기존 3개에서 6개로 광원을 넓힌 식스피 레이저 영사기는 색상이나 밝기, 명암비의 획기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 극장 쪽 설명이다. 이 극장은 또 지난해 개관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수퍼플렉스관에 기네스북 인증 세계 최대 스크린(가로 34m, 세로13.8m)을 설치했다. 또 다른 대형 멀티플렉스인 시지브이(CGV)는 다면상영관인 스크린엑스, 반구형 스크린을 갖춘 스피어엑스, 4차원 상영관 포디엑스(4DX)등의 다양한 특별 상영관을 전략으로 삼았다. 또 성공한 영화가 나오면 관객들은 한편의 영화를 입체영화나 아이맥스 버전 등으로 여러번 반복 관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극장의 부가수익으로 이어진다. 최병환 대표는 “한국도 미국처럼 18~39살의 극장 마니아층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다면 상영관이나 4차원 상영관 등의 특수 기술만이 미래 극장산업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성공한 특수 기술 기반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디즈니나 픽사 같은 스튜디오들과 제휴 논의를 하고 있다. 조만간 스크린엑스로 상영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 편집…홈미디어 시대 기술진화 재촉 ■ ‘제2의 아바타’ 찾는 극장 3일 개봉한 영화 <하트 오브 더 씨>(감독 론 하워드)는 4차원 상영관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다. 3차원(3D) 영화에선 단순히 뿌옇게 흐려지던 장면들이 4차원에서는 흔들리는 배에서 쳐다보는 느낌을 표현하는 효과의 일부분이 된다. 얼마전 미국에선 입체 화면으로 아찔한 느낌을 표현하는데 주력한 <에베레스트><하늘을 걷는 남자>등이 아이맥스 입체영화관에서 먼저 개봉한뒤 일반 상영관으로 스크린수를 넓혀가는 개봉 방식을 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수 상영관을 고려해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2009)부터다.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평면 영화로 제작되어 입체로 변환된 영화들이 질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입체영화 제작 시스템이 새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최병환 시제이 포디(CJ 4D)플렉스 대표는 “그 뒤 입체영화 제작과 투자가 붐을 이뤘지만 사용자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혁신적인 기술과 콘텐츠가 맞아 떨어진 작품이 새로운 스크린 기술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했다.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를 시작으로 다면상영 작품을 제작해온 스크린엑스 스튜디오 이혜원 프로듀서는 “최근엔 촬영단계부터 컴퓨터 그래픽 등에 대비해 여러 화면을 넓게 찍어두는 추세”라며 “스크린엑스를 제작할 때도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 배우가 없는 장면, 영화에 나오지 않는 다른 대상 등을 넓게 촬영해서 편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스크린엑스 방식으로 제작되는 영화에선 3대의 카메라가 추가로 동원된다. <검은 사제들>이 다양한 각도를 찍어 구마의식의 뒷모습을 살렸다면 <히말라야>는 전면 스크린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히말라야 봉우리 등을 추가 촬영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 레이저에서 다면 스크린까지 요즘 대형 극장들의 경쟁은 주로 레이저 영사기를 통한 상영 기술의 질적 변화와 규모의 극대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극장 개봉에 구애받지 않고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홈 미디어 시대에 극장들은 대형화와 상영 기술에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롯데시네마는 수원관 수퍼플렉스에 국내 최초로 식스피(6P) 레이저 영사기를 들여왔다. 기존 3개에서 6개로 광원을 넓힌 식스피 레이저 영사기는 색상이나 밝기, 명암비의 획기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 극장 쪽 설명이다. 이 극장은 또 지난해 개관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수퍼플렉스관에 기네스북 인증 세계 최대 스크린(가로 34m, 세로13.8m)을 설치했다. 또 다른 대형 멀티플렉스인 시지브이(CGV)는 다면상영관인 스크린엑스, 반구형 스크린을 갖춘 스피어엑스, 4차원 상영관 포디엑스(4DX)등의 다양한 특별 상영관을 전략으로 삼았다. 또 성공한 영화가 나오면 관객들은 한편의 영화를 입체영화나 아이맥스 버전 등으로 여러번 반복 관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극장의 부가수익으로 이어진다. 최병환 대표는 “한국도 미국처럼 18~39살의 극장 마니아층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다면 상영관이나 4차원 상영관 등의 특수 기술만이 미래 극장산업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성공한 특수 기술 기반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디즈니나 픽사 같은 스튜디오들과 제휴 논의를 하고 있다. 조만간 스크린엑스로 상영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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