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로니 크레이, 레지 크레이. 사진 퍼스트런 제공
톰하디 1인 2역 영화 ‘레전드’
1시간마다 분장바꿔 변신연기
1시간마다 분장바꿔 변신연기
10일 개봉한 영화 <레전드>(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는 1960년대 영국의 유명한 갱스터였던 크레이 형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프로복서였다가 범죄조직에 발을 들인 뒤엔 함께 런던 뒷골목을 지배했던 형제의 이야기는 영국사람들이면 누구나 아는 말 그대로 ‘레전드’다. 지난 9월 영국에서 이 영화가 먼저 개봉했을 땐 크레이 형제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쌍둥이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는 단 한 명, 톰 하디다. 톰 하디는 한 영화에서 낭만적인 형 레지와 우울한 동생 로지를 동시에 표현했다. 동생은 형을 사랑하고 집착하며 의존한다. 형은 동생을 죽이고 싶어하지만 차마 손대지 못한다. 심지어 둘은 서로 치고받고 하는데 이 장면도 모두 톰 하디가 각각 연기해서 합성한 것이다. 최근 톰 하디가 맡아온 역할들을 생각하면 이런 분열적인 연기도 그라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디스 민즈 워>의 형사,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마스크를 쓰고 쉰목소리로 연기하는 베인, 그리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끌고 악의 심장부로 돌진하는 맥스 로카탄스키역으로 몇년 전만 해도 악역 전문이었던 이 배우는 독특한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에 크레이 형제를 연기하기 위해 자료조사부터 공을 들인 톰 하디는 레지가 죽기 전에 찼다는 시계까지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전드> 촬영은 톰 하디가 1시간마다 분장을 지우고 다른 쌍둥이로 변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영국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톰 하디는 “레지와 로니로 계속 역할을 바꿔야 했는데 내게는 로니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레지는 늘 예측가능한 경로를 벗어나지 않아 좀 지루한 면이 있지만 로니는 자유시간 같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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