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깨어난 스타워즈가 팬들을 놀라게 했다. 17일 <스타워즈7: 깨어난 포스>개봉을 하루 앞두고 서울 씨지브이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 시사에서 공개된 영화는 그동안 예고편으로 암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38년 전 첫편에서 그랬듯 영화는 “먼 옛날 은하계에선…”이라고 속삭이며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속도와 시선이 다르다. 행성들이 얼굴을 스쳐가는 듯한 입체영화관(3D)에서 “루크가 사라졌다”는 자막은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길처럼 흘러간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가르치던 제다이들을 잃은 뒤 사라져버리자, 루크의 쌍둥이 레아 공주가 반란군을 이끌고 있다.
악은 ‘시스 제국’에서 ‘퍼스트 오더’로 이름을 바꿨을 뿐 여전히 은하계를 지배하고 있다. 영화는 배경을 빠르게 설명하고 스타워즈의 새로운 전사들이 만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을 수 있는 열쇠를 지닌 드로이드 비비에잇(BB-8)을 매개로 반란군 조종사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작), 퍼스트 오더의 병사인 핀(존 보예가), 자쿠 행성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차례로 만난다. 전편에서 노예의 땅인 타투인 행성에서 자란 루크가 영광스러운 전사 제다이가 됐던 것처럼 새 주인공들도 낮은 곳에서 영광의 길로 나아간다. 여자인 레이와 흑인 병사 핀에겐 한층 강화된 모험과 성장의 서사가 드리웠다.
조지 루커스가 떠난 자리에서 스타워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제이제이 에이브럼스 감독과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는 “스타워즈 영화 바깥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은 모두 삭제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난 9일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했던 에이브럼스 감독은 “스타워즈를 전혀 보지 않았던 팬들도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공개된 영화를 보면 한 솔로(해리슨 포드)의 과거와 레아 공주 등 등장인물의 이야기는 예전 스타워즈 시리즈에 충실히 바탕을 둬 전개되고 있으며, 일부 에피소드는 영화 바깥 스타워즈 이야기에 힘입기도 했다. 영화는 자쿠 행성을 탈출한 핀과 레이가 한 솔로를 만나면서 스타워즈의 과거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시작한다. 감독은 스타워즈의 오래된 팬들의 예측을 뒤집는 동시에 오래된 스타워즈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를 노린 걸까? 예고편을 보며 짐작했을 법한 주인공들의 운명도 다시 뒤집는 반전이 이어진다.
지난 10월19일 미국에서 새 시리즈 예매가 시작되자 아이맥스로만 65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 예매율을 기록했다. 북미 지역에서만 최소 4000개 이상 극장에서 개봉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선 지금까지 시리즈는 관객 200만명을 넘지 않는 성적이었으나, 16일 현재 예매율은 40%에 이른다.
남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