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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거짓이라 믿고 싶지 않은 ‘사랑의 마술’

등록 2015-12-22 19:04수정 2015-12-22 20:47

영화 ‘조선마술사’
영화 ‘조선마술사’
‘조선마술사’ 28일 개봉
조선시대에도 마술이 있었을까? 남사당패는 ‘얼른’이라는 요술 재주를 부리기도 했다고 하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는 단순한 손재주에 만담을 얹은 기술이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조선마술사>에서 눈속임으로 구경꾼들의 넋을 빼놓고 간을 졸였던 마술사들의 이야기는 모두 허구다. “사람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사람이 반으로 잘렸다가 붙기도 하더니, (닭)백숙이 새로 변하는 거라.” 영화속 마술에 대한 묘사는 그 시대에 가능할 리가 없던 이야기다. 양반과 상것의 구별이 없고, 여자도 마술판으로 올라오며, 안개가 낀 듯 어두워서 마술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는 영화 속 ‘물랑루’에 대한 묘사도 모두 꾸며낸 이야기다. 마술이 눈속임으로 구경꾼들을 즐겁게 하듯 영화는 아무도 믿지 않을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아름답고 현란하게 펼쳐냄으로써 관객들의 믿음을 얻으려 한다. 마술의 성공 여부는 믿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배경으로 한 마술 판타지
마술사-의순공주 비현실적인 사랑
유승호, 현란한 기술로 관객 홀려

1650년(효종 1년) 청의 황자 구왕으로부터 조선의 공주를 얻어 결혼하겠다는 요청이 있자, 조선 조정에서는 미혼인 공주를 모두 숨긴 채, 종친 금림군 이개윤의 16살 난 딸을 양녀로 삼아 공주의 작위를 내리고 청으로 보낸다. 이렇게 진짜 공주를 대신해 청으로 간 공주는 ‘대의에 순종했다고 해서 ‘의순공주’라 불렸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보탠다. 공주가 사행단과 함께 청나라로 향하는 길에 누군가를 만났다면? 그것도 현실과 상상을 휘저어 새로운 세계를 자아내는 마술을 부리는 환술사를 만났다면? 초반부 청나라로 향하는 공주와 조선시대 마술사 이야기를 조심히 꺼내들던 영화는 후반부로 갈 수록 대담해져 더 큰 거짓말을 지어낸다. 열심히 사랑한다면 운명을 거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것 말이다.

마술사 환희(유승호)는 아기 때 버려졌다. 청나라 환술사가 그를 거둬 마술사로 키운다. 쉴새없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현란한 마술 기술을 구사하는데다가 신비한 파란 눈을 지닌 마술사로 신비감을 더하는 역이다. 그러나 청명공주를 만나면서 어이없을 만큼 순진하고 착한 소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가 손을 펴면 반딧불이 별처럼 쏟아져 나와 하늘로 떠오르는 것만이 거짓말의 전부가 아니다. 툭하면 잘 웃는 공주에게 반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자체가 비현실로 보인다. 엄격한 얼굴을 한 공주의 호위 무사가 “어쩌면 그 또래의 계집애들은 하나같이 그런 얼굴들인지” 한탄하며 공주에겐 약해지는 것도, 공주가 위엄을 세워야 할 장면에서 “날 싫어하는 줄 알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도 모두 판타지다.

이런 순정 만화 같은 이야기에 어른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관객들이 믿고 싶을 만큼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영화는 마술사의 입을 통해 “말이 안되는 걸 되게 만드는 게 마술”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다. 22일 언론 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승 감독은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상상하자가 이 영화의 모토였다”며 “마술이 뭐냐고 물으면 그건 아마도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변화시키는 것, 사랑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조선마술사>는 어린 얼굴이 익숙한 두 배우가 처음으로 어른스러운 역할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7살 때 잡지모델로 데뷔한 뒤 2002년 영화 <집으로>가 크게 흥행하면서 일약 아역 스타로 떠오른 유승호가 마술사 환희로 나온다. 군 제대 뒤 첫 출연작이다. <성장드라마 반올림><응답하라 1994>등에 출연했던 고아라가 환희와 사랑에 빠지는 공주 역을 맡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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