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잔칫상이 차려졌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들은 가만 있는데 혼자 키득거리거나 파안대소를 터뜨릴 수도 있다. 국제영화제 여러 곳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들었던 작품들이기도 하다.
마카담 스토리
40대 찌질남·10대 소년·불시착 비행사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외로움 탈출
먼저, 24일 개봉하는 <마카담 스토리>(감독 사무엘 벤쉬트리)는 프랑스의 한 도시 변두리에 있는 아파트를 무대로 6명의 배우가 만들어가는 세 가지 만남을 그렸다. <피아니스트>(2001)의 이자벨 위페르를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다.
영화의 여섯 사람은 모두 어깨를 짓누르는 외로움에 허덕인다. 어쩌다 서로 만났는데 심상치가 않다. ①40대의 지질한 독신남은 새벽에 주민들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우연히 밤근무 간호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②엄마랑 둘이 사는 10대 소년은 복도 맞은편으로 새로 이사온 아줌마(이자벨 위페르)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자신이 유명한 여배우라고 하는데 조금 이상하다. ③아파트 옥상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선이 불시착하고, 우주비행사는 말도 통하지 않는 아파트 주민 할머니와 며칠 동안 같이 지내게 된다.
영화 초반은 조용한 분위기로 약간 지루할 수 있지만, 이들의 만남이 진전되면서 영화는 은근하면서도 강하게 관객을 끌어들인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만남의 소중함과 따뜻함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진다. 사람은 역시 사람을 통해 치유받는다. 제목의 ‘마카담’은 프랑스 피카소 단지에 있는 낡은 아파트의 애칭이다. 12살 이상 관람.
이웃집에 신이 산다
인간 골려먹는 벨기에 거주 ‘괴짜신’
딸은 인간들에게 ‘죽는 날’ 문자 전송
같은 날 개봉하는 <이웃집에 신이 산다>(감독 자코 반 도마엘)는 상상력이 빛을 내는 영화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한 걸까 감탄이 나온다.
영화는 천지를 창조한 유일신이 벨기에 브뤼셀에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마트에서 계산할 때 옆줄이 더 빠르다’는 문구를 자신의 컴퓨터에 입력하는 식으로 ‘보편 짜증 유발의 법칙’을 만들면서 인간을 괴롭힌다. 아들인 예수가 인간을 위해 희생한 걸 욕하는데, 아들 외에 열 살이 된 딸이 있다. 어느날 딸은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인류 전체에 각자의 죽을 날을 문자로 전송하고 가출을 했다. 인류는 자신의 죽을 날을 알게 되자 모든 전쟁을 멈춘다.
가출한 딸이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기 위해 기존의 12 사도 외에 새로 6명의 사도를 찾아간다. 외팔이 미녀, 성도착증 사내, 살인청부업자,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등이 새로운 사도의 후보들이다. 영화 막바지에 새로운 ‘천지창조’가 펼쳐진다.
영화는 ‘죽을 날을 알게 되면 어떻게 살겠느냐’고 유쾌하게 묻는다. 이는 죽음에 대한 그래서 삶에 대한 사유가 된다. 영화를 연출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그동안 <토토의 천국>, <제8요일>, <미스터 노바디>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19살 이상 관람.
헤이트풀8
타란티노 감독 3년만에 선뵈는 신작
현상금 걸린 죄수 노리는 서부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그린 세계를 보고 싶으면 <헤이트풀8>이 있다.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이후 3년 만에 선보인, 그의 8번째 영화다.
영화는 <킬 빌>부터 꾸준히 보여준 그의 서부영화에 대한 오마주의 완성으로 여겨진다. <펄프 픽션><재키 브라운><장고…>에 출연했던 새뮤얼 잭슨이 이번에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나온다. ‘데이지 도머그’를 연기한 제니퍼 제이슨 리는 ‘타란티노 스타일’에 더없이 어울린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1989)에서 주연을 맡았던 그 배우다.
눈 내리는 와이오밍주, 1만달러 현상금이 걸린 죄수 데이지 도머그를 호송하는 마차에 새뮤얼 잭슨이 올라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지독한 날씨 탓에 보안관과 죄수, 교수형 집행인에 연합군 장교, 카우보이까지 모두 외딴 산장에 모인다. 흑인과 여성에 대한 비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툭하면 총질이고 마지막엔 피가 강같이 흐른다. 인물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방식으로 죽이고 죽어간다. 영화는 슬픔이나 분노보다는 묘하게 유쾌하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뒤 “앞으로 두 편의 영화를 더 만들고 은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19살 이상 관람으로 내년 1월7일 개봉한다.
안창현 남은주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