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 ‘유스’
은퇴를 선언한 지휘자의 회한 그려
늙은 육신과 생생한 자연 대조 눈길
은퇴를 선언한 지휘자의 회한 그려
늙은 육신과 생생한 자연 대조 눈길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영화 <유스>는 그 답을 노래로 대신한다. 124분 영화에서 110분가량을 나이든 예술가들의 활력 없는 대화와 갈등을 지켜보며 함께 말라가고 시들어가던 관객들은 마지막에 붉은 드레스를 입고 소프라노 조수미가 ‘심플송’을 노래할 때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난 죽어가네/ 남겨진 소리만을 듣네/그대 멈추지 말아주오/ 난 느끼네.”
사람이 생의 마지막 대목에 이를 때 그렇듯,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흐를 때 다시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텔 등이 만나던 영화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우리는 항상 지나고 나서야 그 시절의 의미를 깨닫기 때문이다. <유스> 속 노인들은 외로움에 시달리며 동반자를 구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순식간에 지나버릴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뿐이다.
작곡가 프레드 밸린저(마이클 케인)는 영국 여왕에게 ‘심플송’을 연주해달라는 청을 받지만 한사코 거절한다.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프레드와는 달리 그의 친구인 영화감독 믹 보일(하비 케이텔)은 마지막 작품을 준비하지만 무산되고 만다. 나이든 이들의 시간은 되는 일도 없이 무료하게만 흘러간다. 프레드의 딸 레나(레이철 바이스)와 할리우드 스타 지미(폴 다노) 등은 젊지만 시든 꽃처럼 그들의 옆을 지킨다. 인생에 대한 실망을 서서히 알아가기 때문이다. 영화는 프레드와 믹이 함께 머무는 스위스 휴양소를 배경으로 더없이 아름다운 하늘과 벌판을 펼쳐 보인다. 힘을 잃고 늘어진 피부, 검버섯이 피어오르는 얼굴, 뒤늦게 드러나는 추문들에 비해 자연은 언제나 푸르고 아름답다. 영화는 나이든 육신과 생생한 자연, 노인들과 소녀들을 대조시키며 시선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을 만든다.
<그레이트 뷰티>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였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나이든 대스타들을 불러모아 노년에 대한 기품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제인 폰다는 대스타였던 여배우 역으로 단 한 장면 출연하지만, 이 장면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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