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각 제작사 제공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시작으로
‘밀정’ ‘덕혜옹주’ ‘동주’ ‘해어화’
일제 때 경성 배경 영화 5편 대기
자유 불허 속 근대문물 유입 시대
의열단·모던 걸에 동성애 표현도
‘밀정’ ‘덕혜옹주’ ‘동주’ ‘해어화’
일제 때 경성 배경 영화 5편 대기
자유 불허 속 근대문물 유입 시대
의열단·모던 걸에 동성애 표현도
“마담, 경성은 데카당스하다면서요?”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 속사포(조진웅)는 위험한 임무를 눈앞에 두고서도 경성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는다. <아가씨><밀정><해어화><동주><덕혜옹주>등 2016년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들도 식민지 조선의 근대도시, 경성으로 간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진짜로 ‘데카당스’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 장면 묘사로 유명한 세라 워터스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1930년대 경성이란 새로운 무대로 바꿨지만 원작의 퇴폐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상속녀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남자, 그에게 고용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김민희가 상속녀 역을, 김태리가 사기꾼(하정우)의 사주로 상속녀에게 접근하는 하녀 역을 맡았다. 김민희와 김태리가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동성애 장면을 연기한다. <암살>에서 데카당스를 찾던 배우 조진웅은 상속녀의 이모부로 나온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아가씨>는 일본 구와나시를 비롯해 강원도 평창, 충북 괴산, 전남 고흥, 경기도 파주, 합천 오픈세트 등 국내외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1930년대 풍광을 담아냈다.
1920년대 의열단 이야기를 그린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폭탄을 싣고 경성으로 간다. 의열단원은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경무국 지시를 받은 이정출(송강호)이 단원들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이다. 배우 공유가 김원봉 의열단장을 연상시키는 항일무력독립단체 리더 김우진 역을 맡았으며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김지운 감독과 함께했던 송강호가 다시 밀정 역할로 호흡을 맞춘다.
윤동주를 주인공 삼은 <동주>(이준익 감독), 고종의 딸로 태어나 일본 관료와 정략결혼을 해야 했던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등 불운했던 시대, 조선에는 감독들이 탐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인물들이 수두룩했다. 아무것도 자유롭게 허락되지 않았던 식민지 땅에서 자유에 대한 이상이 나부끼는 근대를 맞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짊어진 모순이 애수와 퇴폐, 열정이 얽힌 시대 분위기를 낳는다.
경성 또한 그랬다. 새로운 문명의 중심지면서 전근대적인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고 식민통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해어화>(박흥식 감독)는 소비 중심 근대도시의 면모를 비춘다. 최고의 예인을 꿈꾸던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김윤우)가 주로 만나는 무대가 경성클럽이다. 구시대는 노래 부르는 기생을 천하게 취급했지만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의 세상에는 예술이라는 새로운 이상이 싹트고 있었다. <해어화>는 서양과 일본의 문물이 혼재한 그 시대 풍경을 재현해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주>에서 이준익 감독은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으로 그린다.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손예진)의 비극적 운명과 옹주를 고국으로 다시 데리고 오려는 김장한(박해일)의 고군분투를 담는다.
어떤 감독은 그 시대에서 비극을, 어떤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뽑아내기도 하고 또 어떤 감독은 누아르로 만든다. 경성은 그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곳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기담><라듸오 데이즈><모던 보이><원스 어폰 어 타임>등의 영화를 통해 그 시대와 경성이 품은 다양하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5년 <암살>의 상업적 성공으로 다시금 열린 스크린의 ‘경성시대’가 2016년에도 이어진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영화 〈검사외전〉
2016 한국영화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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