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없던 극장가에 달콤한 영화 2편이 찾아온다. <나를 잊지 말아요>(이윤정 감독)가 7일 개봉했고, <그날의 분위기>(조규장 감독)가 14일부터 상영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멜로 대결이다. 같은 멜로지만 사뭇 다른 색깔로 승부하는 두 영화의 여주인공 김하늘과 문채원을 만났다.
“해피엔딩 꿈꿔요, 영화든 현실이든”
■ ‘눈물의 여왕’ 김하늘
처음 본 남자인 석원(정우성) 앞에서 대뜸 눈물을 흘린다. 사연은 모르지만 보는 사람도 같이 가슴이 아프다. “첫 장면 촬영이 가장 힘들었어요. 한 장면을 여러 번 찍을 땐 두 번, 세 번씩은 못 울겠더라고요. 우성 선배님이 안아주고 카메라 뒤에서 눈 맞추며 많이 도와줬어요.”
<나를 잊지 말아요>는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하늘이 오랜만에 슬픈 운명의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부터 <7급공무원>(2009)까지 발랄하고 상큼하던 분위기, <블라인드>(2011)의 긴장감 넘치는 주인공으로 기억됐던 김하늘은 이번엔 미스터리 성격이 강한 멜로에 도전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를 “나쁜 기억을 지워버리는 남자와 그런 기억까지도 기꺼이 떠안는 여자가 있다. 이 영화는 기억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한 그는 “복잡한 과거가 얽힌 이 영화가 기존 한국영화와 많이 다르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제가 1997년 데뷔했으니 내년이면 벌써 20년이에요. 여러 캐릭터를 맡았지만 실은 ‘로코(로맨틱코미디)퀸’보다는 ‘멜로퀸’이라 불리고 싶어요.”
영화에서 김하늘은 자칫 심각해질라치면 발바닥을 간지르는 것처럼 관객들을 웃기고, 사랑이 깊어지려면 도망가며, 분위기를 이끈다. “올해 3월에 결혼하는데 제가 멜로를 많이 해서 어떻게 하면 수월하고 영리하게 관계를 만들어가는지 배운 게 많아요. 작품 할 때마다 영화 줄거리완 상관없이 전 늘 해피엔딩을 상상하고 연기해요. 그러면 로맨스에 더 충실할 수 있죠. 현실에서도 그렇게 사랑을 하면 될 것 같아요.” 현실에서나 영화 속에서나 김하늘의 멜로는 수월하고 영리하다.
“내 얼굴의 분위기, 멜로에 어울리죠”
■ ‘썸녀의 대명사’ 문채원
멜로 기근 속에서도 문채원의 전작 <오늘의 연애>는 189만 관객을 동원했다. 3월부터 문화방송에서 방영되는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도 문채원은 멜로의 중심이다. 지금 멜로의 주인공으로 부각되고 있는 문채원이 <그날의 분위기>에서 맡은 역은 유연석의 원나잇 제안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철벽녀’다. 그가 영화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이다. 현실의 문채원은 어떤 여자일까? “아, 전 진짜 ‘우리 영화 보고 예쁜 사랑 하세요’ 이런 소린 못하겠어요. 멜로 영화 본다고 뭔 사랑이 찾아와요. 멜로 찍은 나도 연애를 못 하는데.” 거리낌없고 솔직한 성격이 영화완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제가 맡은 캐릭터가 보수적이고 여성적이고 답답하죠. 배우로선 연기 포인트가 너무 없으니까 속 터지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사실 스릴러 이런 역할은 저한테 잘 들어오지도 않고 달리 생각해보면 제 표정으로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장르가 멜로라서 선택했죠.” <그날의 분위기>를 택한 이유다. “멜로를 해도 더 이상 슬픈 사랑은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슬픔도 쓰면 마르잖아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까지 했더니 옛날 그 사랑의 기억을 떠올려서 하는 연기도 바닥이 났어요.” 서슴없이 속마음을 털어보이는 그는 ‘연예인 분위기’를 거의 풍기지 않는 연기자였다. “전 영화 보면서 제가 목석인 줄 알았어요. 예전엔 서른 되면 당연히 원숙해지고 나만의 여성성을 갖출 줄 알았는데 내가 서른이 되고 보니 그런 일은 전혀 없네요. 다만 얼마 전에 <엄마>라는 드라마를 보니 차화연 선배님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멜로도 나이가 없는 것 아닐까요? 곱게 나이 들어가면서 얼마든지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은 조금 하게 되었어요.” 현실적인 멜로를 연기한 문채원의 판단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배우 김하늘.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문채원.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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