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빠 생각'의 한 장면. 사진 뉴 제공
영화 ‘오빠생각’이 짚지 못한 세 가지
21일 개봉하는 <오빠생각>(감독 이한)은 목적이 분명한 영화다. 중·노년층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면서 그들의 눈물과 공감을 먹고 흥행이 자라는 꿈을 꾼다. 전쟁에서 상처받은 어린이들을 음악이 감싸안을 때 눈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빠생각>이 자극하는 감성에 대한 몇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영화 <국제시장>이후 시작된 한국영화 보수화 경향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6·25 때 ‘어린이 합창단’ 실화 바탕
당시 끔찍했던 역사적 상황 외면
공동체·가족애 감동코드로 포장해 전쟁 가운데서 부른 아이의 노래가
과연 정말 ‘희망의 노래’였을까
<오빠 생각>은 다치고 상처입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어린이 합창단을 지휘하는 한상렬 소위(임시완)는 여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에 시달린다. 여동생 순이(이레)와 오빠 동구(정준원)는 눈앞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전쟁 당시 부산에 형성됐다는 상처입은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것은 영화가 그려낸 허상에 가깝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부산 피난촌에 깃든 사람들이나 부모를 잃고 앵벌이꾼에게 끌려다니는 고아들과, 정부의 피난길을 따라 다닌 권력자와 엘리트들은 부산에 같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공동체는 아니었다. 한상렬 소위와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선생님 박주미(고아성) 등이 일제 시대에 이미 유학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전쟁영화와는 달리 <오빠생각>에선 지식인 주인공들이 한번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거나 그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지 모른다.
영화가 역사감각과 현실감각을 잃은 이유는 그들이 부산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전시인데도 전쟁의 상처만을 비추며 지금 현재 낙동강 전선밖에서 벌어지는 실제 전쟁을 한사코 외면한다. 역사의식이 사라진 영화에서 사지를 넘어 부산으로 들어온 사람들과 부산 밖에서 전쟁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 전세가 나빠지면 언제든지 외국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과 굶어죽지 않기 위해선 몸뚱아리라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가족밖엔 없다. <오빠생각>은 최근 보수적인 영화들이 가족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전쟁에 대한 상처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맥락 속에서 나온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있다. 전쟁으로 한쪽 손을 잃고 ‘갈고리’를 달고 다니는 빈민촌 대장(이희준)은 고아들을 보살펴주는 척 하면서 실은 애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다. 상이군인과 불량배를 합친 캐릭터를 굳이 만든 이유가 영화 중반에 나온다.
‘갈고리’는 아이를 학대한다는 이유로 다른 불량배와 주먹 다짐을 벌인다. 아이들을 굶기거나 전쟁터로 보내겠다고 위협했던 갈고리지만, 남이 우리 애들한테 손대는 것은 못참는다. 갈고리의 진짜 캐릭터는 은퇴 군인도 폭력배도 아니다. 어쩌면 그 모든 요소를 다 지닌 한국 사회 ‘아버지’다. 한때 씩씩한 군인이었지만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고, 불량배지만 착한 심성이 남은 그를 용서할 것을 영화는 은근히 종용한다. <오빠생각>은 누이동생이 아니라, 한때 오빠였다가 아빠로 살아온 사람들을 변호하는 영화다.
어린이 합창단은 미군부대뿐 아니라 위험한 전선 한가운데로 가서 희망의 노래를 부르기로 결정한다. 영화에선 선생님들은 반대하지만 어린이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원해서 갔다면 그 결정은 옳은가? 만약 전선 반대쪽 북한 어린이들이 총회 결과 위험한 전선으로 가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이념을 앞세워 어린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로 보여졌을 것이다. 같은 행동에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을 이념 대립이라고 부른다. <오빠생각>은 여러 차례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실은 전쟁의 논리를 따르고 강화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국제시장>개봉 당시,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마치 우리 ‘아버지 세대’를 비판한 것으로 확대하는 논리가 넘쳐났다. 이번엔 <오빠생각>에 대한 비판을 전쟁고아 혹은 부산 피난민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논리가 나오지 않을까? 특정 세대와 계급의 추억담을 우리 모두의 담론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흐름이 멈추지 않는 한 충분히 가능한 일 같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당시 끔찍했던 역사적 상황 외면
공동체·가족애 감동코드로 포장해 전쟁 가운데서 부른 아이의 노래가
과연 정말 ‘희망의 노래’였을까
왼쪽이 ‘오빠 생각‘의 주인공 한상렬 소위(임시완), 가운데가 자원봉사하는 선생님 박주미(고아성). 사진 뉴 제공
‘오빠 생각‘의 빈민촌 대장(이희준) .사진 뉴 제공
‘오빠 생각‘의 한 장면. 사진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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