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오빠생각> 시사회에서 금융계 인사들과 함께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흥행 잘되게 해달라” 요청에
은행·보험사, 4만여장 사들여
금융위 “임시완 홍보대사에 보답”
은행·보험사, 4만여장 사들여
금융위 “임시완 홍보대사에 보답”
금융회사들이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영화 <오빠생각>예매권을 대량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강매’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계와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여러 은행과 보험사들이 ‘<오빠생각>의 흥행을 도와달라’는 금융위의 요청을 받고 예매권을 수천장씩 구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3천장 샀으며 다른 은행들도 그 정도 산 걸로 알고 있다. 금융위가 이 영화를 잘되게 해달라는 정도의 요청을 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위가 지정한 예매처를 통해 1장당 정가가 9천원인 예매권을 6천원에 샀으며, 총 구입량은 4만여장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의 사전 예매율과 개봉 초기 관객 수는 영화의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조직적인 대량 예매는 영화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음반이나 서적 사재기와 마찬가지로 영화 예매권 사재기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범죄행위인데,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해명자료를 내어 “<오빠생각>의 주연인 임시완씨가 지난해 8월 핀테크 홍보대사로 임명된 뒤 영화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아무런 대가 없이 핀테크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준 데 대해 금융권 내에서 감사의 마음과 <오빠생각>을 응원해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금융위가 영화표 구매를 강매·할당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화 투자·배급사인 ‘뉴’와 임시완씨는 당혹해하고 있다. 뉴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단순한 응원을 넘어 표를 대량 구매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좋은 영화가 이런 식으로 비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 인사 등 영화 홍보에 나선 임시완씨도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창현 유선희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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