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이 아버지의 추락, 안전망이 없다

등록 2016-01-27 19:58

사진 미디어소프트 제공
사진 미디어소프트 제공
[리뷰] 영화 ‘아버지의 초상’

노동시장서 상품가치 떨어진
한 인간의 곤란과 비애 그려
28일 개봉하는 영화 <아버지의 초상>은 원래 프랑스에선 <시장의 법칙>(La loi du marche)이라는 제목의 영화였고 영문 제목은 <남자의 한계>(The measure of a man)였다. 원래는 노동시장에서 상품으로 취급되는 한 평범한 샐러리맨이 어떻게 하면 인간됨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였다면 한국에선 그가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점에 더 방점을 찍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인간적인 측면은 주로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고들 믿기 때문이었을까. 어쨌거나 이 영화는 상품이 되지 못한 한 인간이 느끼는 곤란과 비애에 대한 영화다.

부당해고를 당한 티에리(벵상 랭동)는 노조를 조직해 전 고용주를 고소하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에겐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으며, 지금 자신을 해고한 고용주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을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이나 받게 한 직업교육기관 직원 같은 이들이다. 그는 특별히 신념이나 욕망이 강한 것도 아니고 쉽게 좌절하거나 불안해하는 성격도 아닌데, 일단 일자리를 잃고 나니 자꾸만 뒷걸음질쳐야 할 일 투성이다. 죽을 때까지 지니고 살려고 했던 이동식 주택도 헐값에 팔아야 할 처지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구직활동에 힘쓴 결과 가까스로 취직할 수 있었던 곳은 한 대형마트 경비직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그는 도덕적 시험대에 오른다. 여기서 한걸음 또 물러서면 그 뒤는 뭘까? 인간의 바닥을 보아야 할 벼랑이 아닐까? 티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큰 감정적 동요를 드러내지 않고 약간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그가 처한 딜레마를 표현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하고 답답해진다.

티에리 역할을 맡은 벵상 랭동을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배우가 일반인이며 벵상 랭동은 자신이 받는 출연료를 영화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다른 배우들의 출연료를 댔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로 2015년 25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스테판 브리제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지금까지 매 영화마다 한 개인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면서도, 사회적 배경과 사람을 따로 분리하여 조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번 영화에선 그보다 한 단계를 넘어서려 했다. 직업 안전성이 없는 위태로운 상태의 남자를 통해 한 사람의 인간성과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나란히 병치하여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의 무자비함을 관찰할 차례였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