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에서 위안부 소녀들이 총살을 당하기 직전의 장면.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검사외전’·외국 대작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 흥행 돌풍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이 개봉일인 24일 관객 16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민 7만5270명이 제작비를 모아 만든 작은 영화가 <검사외전>은 물론 할리우드 대작 <데드풀>과 <주토피아>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귀향> 배급사인 와우픽쳐스는 이날 밤 “개봉 당일 <귀향> 관객이 16만을 넘었다”며 “예매율 또한 나흘 동안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은 영화인 <귀향>의 첫날 기록은 천만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16만9516명)에 버금간다. <귀향>은 제작에 착수한 지 14년 만에 배우·제작진의 재능기부에다 제작비 25억원 중 12억원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해 완성될 수 있었다. 또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외면으로 상영관을 잡지 못해 애를 태웠으나, <귀향> 상영관을 확대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지면서 이날 전국 333개 극장, 8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하게 됐다.
<귀향>은 일본군에게 끌려가 가족의 품을 떠나야 했던 열네 살 정민(강하나)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조정래 감독이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 작품이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부터 중국, 일본, 미국 등을 돌며 후원자들을 위한 사전 시사회를 연 조정래 감독은 “수십만의 여성들이 끌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200명뿐이었다. <귀향>이 한 번 상영되면 한 분의 영혼이 집에 돌아온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