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오랜 세월 기다려온 그 말에 관객들은 뜨겁게 화답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70년의 아픔을 그리기 위해 14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 <귀향>이 개봉 5일만인 28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오후5시 9분 기준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을 본 사람들은 사전 시사회 관객 포함 106만1268명. 개봉 당시 512개였던 상영관도 791곳으로 늘어났으며 8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사전예매율은 29일 오전 9시 기준 32%로 갈수록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귀향>이 사전예매율이 특히 높은 이유는 개봉전 대형 멀티플렉스들의 외면 속에 상영관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귀향>을 보자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초기엔 위안부 할머니들과 조정래 감독의 인연, 김구 선생의 외종손으로 영화에 참여한 임성철씨 등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지금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또 다음 관객을 부르고 있다. <귀향> 관람의 특이한 점은 단체 관람이 많다는 것이다. 28일엔 한 역사교사가 영화관을 통채로 빌려 <귀향> 관람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교육단체나 시민단체, 기업에서도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다. 3·1절을 맞아 가족·단체관람은 더욱 많이질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귀향> 관람이 확대되는 이유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정부가 한일 위안부 협정 체결에 나선데다가 얼마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군 위안부’ 관련 표현이 삭제된 것이 알려지면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역사를 전해야 한다는 의식이 퍼져나갔기 대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속에도 100만을 넘은 이유가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은 “지금까지 비슷한 소재 영화들이 일본인들의 만행에 치중했던 반면 이 영화는 소녀들의 상처, 시대의 아픔에 집중했다. 자칫 메시지를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다른 사회고발영화와는 이 점이 달랐기 때문에 호응이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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