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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라밖 검은 손…웹툰 멋대로 퍼간다

등록 2016-03-02 22:02수정 2016-03-03 18:23

중국 등 해외에 ‘불법 해적 사이트’
애초 팬들 자발적 번역으로 유지
공식 서비스 업체 정식 진출 불구
디자인까지 고스란히 베껴 전재
국내법으로는 단속도 어려워
‘해적 사이트’의 불법적 저작권 침해가 웹툰 한류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만화를 영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스팟툰(www.spottoon.com)의 경우 연재 만화 46편 중 43편에서 불법 저작물 사례가 발견됐다. 인터넷 갈무리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나의 원숭이를 내놔.” 지난해 8월 중국 광저우 국제만화축제에서 열린 웹툰 <마음의 소리>작가 조석의 사인회를 지나가던 팬이 툭 던진 말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사인회 주최자들 앞을 지나던 또 다른 팬이 하는 말도 똑같았다. “나의 원숭이를 내놔.”

조석 작가도 어리둥절해질 만했다. 만화에는 없는 말이었다. <마음의 소리>가 중국에 정식으로 서비스되기 전 팬이 운영하던 중국어 번역 사이트에서 유래한 대사다. 임의로 넣은 대사가 중국인의 유머 코드와 맞아떨어져 <마음의 소리>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되었던 것이다. 현지 번역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 일화는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웹툰이 해외에서 불법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실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웹툰 서비스가 ‘불법 해적’ 사이트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애초 팬들의 자발적인 번역으로 유지되던 해적 사이트는 웹툰 서비스 업체가 현지에 정식 진출한 이후에는 서비스 업체의 번역과 디자인을 그대로 갈무리해 전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영어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롤링스토리’가 운영하는 스팟툰(spottoon.com)의 경우 46개 작품 중 43개 작품에서 불법저작물 사례가 발견됐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 강형규의 <라스트>, 강도하의 <로맨스킬러>등 인기작들이 망라됐다고 한다.

롤링스토리는 10여개 해적 사이트에 저작권 침해 공문을 보내 대응하고 있지만 단속이 어렵다. 해적 사이트는 도메인을 자주 바꿔가며 단속을 피해간다. 문제가 된 사이트에선 콘텐츠를 내린 뒤 방문자가 새로 만든 다른 사이트로 자동적으로 옮겨가도록 설정(리디렉팅)해놓기도 한다. 콘텐츠를 그대로 퍼간 뒤 제목을 살짝 바꿔 넣어 단속이 어렵게 하기도 한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박시인 작가)의 정식 번역 <섈 위 해브 디너 투나잇>(Shall we have dinner tonight)을 <하우 어바웃 해빙 디너 투나잇>(How about having dinner together)으로 바꾸는 식이다.

해적 사이트는 초창기 롤링스토리가 사업 파트너로 생각한 조력자였다. 만화를 좋아해 자발적으로 번역에 나선 열광적인 팬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롤링스토리의 임지영 부사장은 “현재 해적 사이트들은 저작권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작가를 보호해주어야 한다면서도 막상 저작물 유통을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저작물 단속은 국내법으로는 어렵다. 법무법인 한결의 문건영 변호사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복제 전송자의 계정 정지를 명령할 수 있는 게 다다. 해외 사이트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사이트에 불법 저작물을 올리는 한국인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해 웹툰전문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www.lezhin.com/)는 중국 한 포털 사이트에 만화를 올린 사람이 한국인 최아무개씨임을 밝혀냈다. 중국 계정으로 우회하여 불법 저작물을 올린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레진코믹스는 나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잡아볼 테면 잡아보라”는 글을 남기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일본, 12월 미국 서비스에 들어간 바 있다.

국내 대표 웹툰 서비스인 네이버 만화와 다음 웹툰은 해외 해적 사이트와의 전쟁에서는 아직 제3의 입장이다. 네이버는 영어·인도네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모두 무료다. 다음 웹툰은 중국 현지 플래폼에서 연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고 웹툰 한류를 위협할 수 있는 시한폭탄인 만큼, 웹툰 해적 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지영 부사장은 “영어 서비스 뒤 관심이 폭증하는 것을 실감한다. 웹툰은 한류 문화상품의 첨병”이라며 “게임·웹툰 등 첨단 콘텐츠 육성으로 신시장 선점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정부가 국가간 협조 형태로 적극적으로 불법 저작물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둘래 남은주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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