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사진 뉴 제공
영화 ‘널 기다리며’ 주인공 심은경
“허상 좇으며 사는 것 같아 고민”
“허상 좇으며 사는 것 같아 고민”
“내가 온전히 나로 잘 성장하고 있나, 나라는 인격체가 똑바로 서 있나 요즘은 그런 고민이 있어요. <써니> 땐 연기자로 달려갈 길에만 몰두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나 싶어 잠시 서 있어요.”
23살 배우 심은경은 생물학적으론 아직 많지않은 나이지만 배우로선 이미 한참을 걸어왔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에서 생각시 역으로 데뷔해 10일 개봉하는 영화 <널 기다리며>가 벌써 13번째 주연작이다.
얼마 전엔 <로봇, 소리>에서 로봇의 목소리 역을 맡기도 했고,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 박광현 감독의 <조작된 도시>(가제) 등 올해 다른 개봉작들도 줄을 서 있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여배우 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일었던 연기력 논란 이후 고민이 깊어졌다. “영화 <수상한 그녀> 찍을 때만 해도 마냥 신이 났어요. 생각지도 못한 인기를 얻고 주목을 받고 그랬으니까요. 요즘은 많이 혼란스러워요. 내가 자꾸 허상을 쫓으며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 데뷔해 앞만 보고 달린 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생각하게 돼요. 이제 제가 어린 나이는 아니잖아요.”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데, 다들 말하듯 여배우들이 할 작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나를 내세워서 영화 한편이 만들어질 만큼 잘하는가 스스로 의문이 느껴진다”며 더욱 겸손해졌다.
영화 <널 기다리며>(모홍진 감독)에서 5살 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출소를 15년간 기다렸다가 복수에 나서는 희주 역을 맡은 그는 “<수상한 그녀>에서 할머니를 연기했을 때보다도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번도 복수심에 불타오르거나 오랜 세월 무언가를 별러본 적이 없으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희주의 순수성과 잔인성이 동시에 보여지는 장면들을 좋아해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지만 동시에 소름돋게 잔인한 그런 캐릭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서도 “실은 내게도 잘 이해가 안되는 영화”라고 또 솔직하게 토로한다.
인터뷰에서 심은경은 나이에 대한 고민을 부쩍 많이 털어놓았다. “내가 왜 남들 십대때 하는 걸 못해봤을까. 왜 그렇게 답답하게 살았지” 싶어서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는 그는, 그러다가도 또 “옛날엔 중2병 걸린 것처럼 ‘이대로가 좋아, 나이먹기 싫어’ 그랬는데 요즘은 어리다는 게 안타까워요. 나이든 배우는 더 다양한 걸 갖고 있을 수 있잖아요”라고 아쉬워 한다. ‘빨리 나이들고 싶다’는 마음부터가 그가 아직 초입에 들어서 있다는 뜻일 게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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