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상영관 이코노미 좌석. 게티이미지뱅크.
반대편 스크린 1/3 안 보여…
자세도 불편한데…
자막과 화면 한눈에 안 들어와
자세도 불편한데…
자막과 화면 한눈에 안 들어와
서울 중구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 출구 뒷쪽 좌석에선 허리를 곧게 펴야 한다. 출구 지붕이 턱밑까지 걸리는 이 자리에선 앉은 키가 작다면 스크린 일부가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 한 멀티플렉스 아이맥스 상영관 가장자리 좌석에서 입체영화를 보면 자막과 화면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따로 보인다. 서울 성동구 아이맥스 상영관과 강남 압구정동 상영관 맨앞부터 3열까지는 전체 영화를 감상하기 어려운 자리로 악명높다. 이들은 3일부터 가격 차등제를 시작한 씨지브이와 곧 비슷한 요금제로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 다른 멀티플렉스의 ‘이코노미 좌석’들이다.
출구 뒷쪽…맨앞…가장자리 등
‘가격차등제’로 할인해주는 자리
애초 영화관람 힘든 ‘그림자 좌석’
이런 좌석들 할인 생색내면서
’프라임존’ 좌석요금은 올려받아
“CGV 스스로 불편한 좌석 인정한 셈” 씨지브이는 지난 3일부터 상영관 좌석 위치를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으로 구분해 이코노미존에 해당하는 좌석들을 대상으로 할인가를 적용하는 대신 프라임존 좌석요금은 올려받고 있다. 씨지브이쪽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좌석별 차등 요금을 실시하는 것이며 할인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영화 관람이 어려운 ‘그림자 좌석’을 설치하고 이를 할인대상으로 생색내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펴낸 <2014년 영화상영관 관람환경 실태조사>에서 전체 상영관 중 수직 적정시야각(35° 미만)을 가진 상영관은 66개(13.3%)에 불과했고 비적정시야각을 가진 상영관은 429개(86.7%)로 집계됐다. 위아래로 시선 35°를 넘겨 스크린을 보아야 하는 좌석을 가진 상영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또 시선의 범위가 좌우 45°를 넘는 비적정 수평 시야각을 가진 상영관은 99개(20.1%)인 것으로 집계됐다. 메가박스와 롯데를 합친 대형3사는 우리나라 전체 상영관의 90% 비중을 차지하며 그중 씨지브이는 188개(33.8%) 상영관을 갖고 있다. 아체건축사 사무소 강기표 대표는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우 시선 45°에서 벗어나는 좌석은 영화감상이 거의 불가능한 좌석으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서 정한 최소 규정일뿐 설계 실무에선 실제론 좌우 30° 정도까지를 적정 감상 범위로 보고 있다”며 “1열부터 4번째 열에서 좌우 1~2열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좌석”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원 200석 미만인 한 씨지브이 다양성 영화관의 경우 앞쪽 1~2열은 물론이고 3열까지도 좌우 가장자리에선 반대편 스크린 1/3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화면 왜곡이 심각했다. 일반 상영관보다 비싼 요금을 받는 아이맥스 상영관 이코노미존 앞쪽과 가장자리줄은 스크린이 큰 탓에 왜곡 현상이 더욱 컸다. 영비법에선 스크린과 첫번째 좌석의 거리를 최소 스크린 폭의 1/2 이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스크린이 넓고 70㎜ 이상의 필름을 사용하는 특수 영화상영관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근접관람할 때 지장을 느끼지 않는 경우에는 (앞 줄 좌석과의 거리를) 스크린 너비 3분의 1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는 30분 미만 다큐멘터리만 상영하던 첫 아이맥스 상영관에서나 타당한 규정으로 대부분 아이맥스에서 장편 극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지금은 적어도 관객 20% 이상이 2시간 동안 불편한 자세로 영화를 봐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극장 관계자도 “씨지브이가 이코노미존을 지정하면서 영화관람이 불편한 좌석이 상영관마다 20%를 넘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차등제 도입과 함께 여러 꼼수 인상 행태들도 도마에 올랐다. 씨지브이는 좌석 차등과 함께 시간제별 요금도 도입해 주말 관객들이 몰리는 황금시간대엔 요금을 올렸지만 오전 10시 이전엔 오르기 전과 같은 요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작 <배트맨 대 슈퍼맨>를 상영하는 첫 주말인 오는 26일 상영표를 보면 서울 씨지브이 21개 상영관중 18곳이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영화를 이전보다 비싸진 가격에 상영할 계획이어서 ‘모닝 할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또 ‘스탠리 큐브릭’ 전을 열고 있는 부산 씨지브이의 한 다양성 영화관에선 이 행사 기간 아예 이코노미 좌석 할인제를 없애기도 했다.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기획한 영화제에서 프라임존 관람료를 전좌석에 일괄 적용하면서 사실상 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않다는 비판이 높다. 씨지브이는 한국소비자원이 관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2014년 7월)한 결과, 관객 65%가 차등요금제를 찬성했다며 이를 차등요금제 도입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했던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권정현 대리는 “조사대상자 77.2%(386명)가 영화관람료가 비싸다고 응답하면서 그 대안으로 차등 요금제를 찬성한 것”이라며 “요금 인상이 아니라 다양한 할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앞뒤 맥락을 자르고 가격 인상을 찬성했다는 요지로 인용하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가격차등제’로 할인해주는 자리
애초 영화관람 힘든 ‘그림자 좌석’
이런 좌석들 할인 생색내면서
’프라임존’ 좌석요금은 올려받아
“CGV 스스로 불편한 좌석 인정한 셈” 씨지브이는 지난 3일부터 상영관 좌석 위치를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으로 구분해 이코노미존에 해당하는 좌석들을 대상으로 할인가를 적용하는 대신 프라임존 좌석요금은 올려받고 있다. 씨지브이쪽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좌석별 차등 요금을 실시하는 것이며 할인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영화 관람이 어려운 ‘그림자 좌석’을 설치하고 이를 할인대상으로 생색내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펴낸 <2014년 영화상영관 관람환경 실태조사>에서 전체 상영관 중 수직 적정시야각(35° 미만)을 가진 상영관은 66개(13.3%)에 불과했고 비적정시야각을 가진 상영관은 429개(86.7%)로 집계됐다. 위아래로 시선 35°를 넘겨 스크린을 보아야 하는 좌석을 가진 상영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또 시선의 범위가 좌우 45°를 넘는 비적정 수평 시야각을 가진 상영관은 99개(20.1%)인 것으로 집계됐다. 메가박스와 롯데를 합친 대형3사는 우리나라 전체 상영관의 90% 비중을 차지하며 그중 씨지브이는 188개(33.8%) 상영관을 갖고 있다. 아체건축사 사무소 강기표 대표는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우 시선 45°에서 벗어나는 좌석은 영화감상이 거의 불가능한 좌석으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서 정한 최소 규정일뿐 설계 실무에선 실제론 좌우 30° 정도까지를 적정 감상 범위로 보고 있다”며 “1열부터 4번째 열에서 좌우 1~2열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좌석”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원 200석 미만인 한 씨지브이 다양성 영화관의 경우 앞쪽 1~2열은 물론이고 3열까지도 좌우 가장자리에선 반대편 스크린 1/3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화면 왜곡이 심각했다. 일반 상영관보다 비싼 요금을 받는 아이맥스 상영관 이코노미존 앞쪽과 가장자리줄은 스크린이 큰 탓에 왜곡 현상이 더욱 컸다. 영비법에선 스크린과 첫번째 좌석의 거리를 최소 스크린 폭의 1/2 이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스크린이 넓고 70㎜ 이상의 필름을 사용하는 특수 영화상영관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근접관람할 때 지장을 느끼지 않는 경우에는 (앞 줄 좌석과의 거리를) 스크린 너비 3분의 1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는 30분 미만 다큐멘터리만 상영하던 첫 아이맥스 상영관에서나 타당한 규정으로 대부분 아이맥스에서 장편 극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지금은 적어도 관객 20% 이상이 2시간 동안 불편한 자세로 영화를 봐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극장 관계자도 “씨지브이가 이코노미존을 지정하면서 영화관람이 불편한 좌석이 상영관마다 20%를 넘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차등제 도입과 함께 여러 꼼수 인상 행태들도 도마에 올랐다. 씨지브이는 좌석 차등과 함께 시간제별 요금도 도입해 주말 관객들이 몰리는 황금시간대엔 요금을 올렸지만 오전 10시 이전엔 오르기 전과 같은 요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작 <배트맨 대 슈퍼맨>를 상영하는 첫 주말인 오는 26일 상영표를 보면 서울 씨지브이 21개 상영관중 18곳이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영화를 이전보다 비싸진 가격에 상영할 계획이어서 ‘모닝 할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또 ‘스탠리 큐브릭’ 전을 열고 있는 부산 씨지브이의 한 다양성 영화관에선 이 행사 기간 아예 이코노미 좌석 할인제를 없애기도 했다.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기획한 영화제에서 프라임존 관람료를 전좌석에 일괄 적용하면서 사실상 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않다는 비판이 높다. 씨지브이는 한국소비자원이 관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2014년 7월)한 결과, 관객 65%가 차등요금제를 찬성했다며 이를 차등요금제 도입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했던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권정현 대리는 “조사대상자 77.2%(386명)가 영화관람료가 비싸다고 응답하면서 그 대안으로 차등 요금제를 찬성한 것”이라며 “요금 인상이 아니라 다양한 할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앞뒤 맥락을 자르고 가격 인상을 찬성했다는 요지로 인용하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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