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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그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우리는 왜?

등록 2016-03-28 19:07수정 2016-03-29 17:38

‘세월호 2주기’ 질문 던지는 영화 2편

칠레 광산 붕괴사고 그린 영화 ‘33’
칠레 광산 붕괴사고 그린 영화 ‘33’. 사진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칠레 광산 붕괴사고 그린 영화 ‘33’. 사진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0년 8월5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산호세 광산 주요 경사로가 붕괴하면서 광부 33명이 지하 약 700m 지점에 매몰됐다. 광부들은 모두 지하 대피소에 피신했지만 가족들도, 구조대원들도, 광부들조차 누구도 그들이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는 믿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칠레에서는 해마다 평균 34명이 광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사고가 나던 그날도 위험이 감지됐지만 광산주는 작업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매일 250톤 채굴량을 달성하는 쪽을 택했다. 안전을 위한 비용보다 사람의 목숨값을 헐하게 치는 사회에서 사고는 예비되어 있다.

사고 69일만에 33명 전원 구조 실화
세월호 떠올리며 눈물 흘린 관객도

그러나 가족들의 노력, 정부의 주목, 광부 자신들의 의지로 그들은 돌아왔다. 8월22일 구조팀의 채굴봉이 매몰지점에 닿았고 광부들은 그 막대에 “우리 33명은 모두 살아있다”는 쪽지를 묶어 지상으로 올려 보낸다. 영화 <33>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배 크기의 거대한 바위 아래에 갇힌 인간들의 절망과 생존을 위한 노력을 비춘다. 생존은 멀고 희망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33명은 각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십장이었던 마리오 세풀베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자연스레 광부들을 이끌고, 재주많은 광부는 공업용수를 걸러 식수를 만든다. 영화는 대부분이 조연이면서 생존의 주연인 그들이 폭력과 식인의 공포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끝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이 의지에 사회가 화답하지 않았다면 재난은 비극으로 끝났을 것이다. 실화에 바탕했지만, <33>은 많은 사람들에게 판타지에 가깝게 다가갈지 모른다. 지난해 미국 개봉 당시엔 “헐리우드식 영웅주의로 재난을 극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구조현장 뒷편의 복잡한 정치적인 계산들과 살아 돌아온 광부들이 직면한 현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7일 개봉을 앞둔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것같다.

그해 10월13일 사고 69일 만에 33명 광부 전원이 구조 캡슐을 타고 바깥으로 나왔다. 22시간30분 동안 세계는 이들의 생환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사전시사회에선 우리가 갖지 못했던 구조의 순간을 비추는 화면 앞에서 세월호를 떠올리며 눈물지었다는 관객들이 많았다.

우연과 기적과 필사의 노력이 겹친 생존 드라마에는 구조 현장을 지킨 책임자가 있었다. 영화에선 로드리고 산토로가 연기한 당시 칠레 광업부 장관 로렌스 골보르네다. 그는 실제 구조팀 구성과 대책 수립 및 집행의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골보르네는 2014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와 한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을 믿고 기회를 줬으며 상황을 가족들에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칠레의 기적을 이룬 힘”이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투명성이 아쉽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다큐 ‘업사이드 다운’ 만든 김동빈 감독

“세월호 피해자 배제한 이야기들에 충격받아”

다큐 ‘업사이드 다운’. 사진 시네마달 제공
다큐 ‘업사이드 다운’. 사진 시네마달 제공
2014년 4월16일 미국 보스톤에 살던 김동빈 감독은 온라인으로 한국 방송을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중계하고 있었다. 곧이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그런데 미국 시각으로 다음날 아침 배 안에는 아직도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갇혀 있다고 했다.

“내가 어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던 거였구나,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곧 방송에선 유가족들이 받게 될 보험금 이야기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다음에는 바로 유병언으로 넘어가고. 제가 알던 상식의 세계가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었어요. 사고의 중심은 피해자인데 모두 피해자의 입장을 배제하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죠.”

취재팀 소셜펀딩으로 제작비 충당
희생자 아버지·전문가 인터뷰
상식 전복된 한국사회 비판 나서

김동빈 감독
김동빈 감독
4월20일부터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월호 사고를 취재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모인 사람들 중 20명이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 투게더’라는 팀을 만들었고 5월1일부터 미국의 소셜 펀딩 사이트 킥 스타터에서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모금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미국 노위치 군사대학을 나와 <에듀케이션 리폼> <버몬트 폴른> 제작에 참여한 김동빈 감독은 그해 7월 한국으로 와서 ‘프로젝트 투게더’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영화 <업사이드 다운>을 만들었다.

“팀원들끼리 늘 ‘우린 미쳤어’ 그랬어요. 이재연 작가, 곽영건 음악감독 등 몇명을 빼고는 영상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 팀이었는데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촬영용으로 자신의 차를 내어주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계를 유지하는 학생들은 일을 팽개치고 제작을 도왔어요. 지금 우리 사회엔 피로감과 무기력 때문에 세월호에 대해선 말도 안꺼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린 각자 자신이 내어줄 수 있는 최대한을 바쳐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초심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평범한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영화는 총 제작비 4000만원 중에서 3500만원을 소셜펀딩으로 충당했다.

‘거꾸로 뒤집혔다’는 뜻의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상식이 전복된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다. 영화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영화다. 박성빈양을 잃은 아버지 박영우씨, 제삼열씨(제세호군 아버지), 김현동씨(김다현양 아버지), 한복남씨(한고운양 아버지) 등 4명의 아버지와 권영국 변호사,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조 버간티노 뉴잉글랜드 탐사보도센터장 등 16명의 해양·법률·교육·언론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영화는 2014년 8월까지 한국 곳곳을 돌며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마지막엔 지난해 메르스 확산 사태를 보도하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로 끝난다.

“영화는 울면 안된다. 관객들이 울거나 분노할 지점을 찍어줘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감독은 차분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참사가 드러낸 여러 문제들을 짚는다. 그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시민들이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가족 중 아버지들만 인터뷰한 것도 영화의 담담한 톤에 기여했다. “한국 사회가 아버지들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강해서 그 슬픔은 크게 존중받지 못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자식을 잃은 뒤에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에 켜켜이 삭혀야 했던 감성을 듣고 싶었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던 언론의 선정적 태도에 날카로운 비판의 메스를 들이대며, 특히 당시 공영방송에선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안전기준,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못한 배경 등의 문제들을 점검한다. 14일 서울 인디스페이스를 비롯한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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