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로리데이'. 사진 각 배급사 제공
극장가에 핀 드문 꽃 ‘청춘영화’ 3편
소년의 영토에서 세상을 건너다본
네 친구 이야기 ‘글로리데이’부터
재개발 동네 청년들 그린 ‘수색역’
미셸 공드리 감독 자전적 영화도
소년의 영토에서 세상을 건너다본
네 친구 이야기 ‘글로리데이’부터
재개발 동네 청년들 그린 ‘수색역’
미셸 공드리 감독 자전적 영화도
청춘에게 친구는 완전체를 선언하는 이름이다. 4명의 친구들이 함께 여행하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 “우리들이 생각하는 우정은 서로 치고받고 싸워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었다”고 시작하는 영화 <수색역>(감독 최승연), 단짝과 함께 집을 떠나는 <마이크롭 앤 가솔린>(감독 미셸 공드리) 등 청춘과 우정을 그리는 3편의 영화가 찾아왔다. 청춘물이 희귀 장르가 되어버린 한국 극장가에 모처럼 활짝 피어난 꽃들이다.
청춘의 여행은 바보처럼 깔깔대고 한껏 부풀어 오르며 시작됐다. 3월24일 개봉한 <글로리데이>에서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친구 용비(지수), 상우(김준면),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은 상우의 군 입대를 앞두고 함께 포항 바닷가로 떠난다. 해병대원, 재수생, 대학 야구부원…. 사회가 특정한 이름으로 그들을 호명하기 직전, 잠시 탈출을 꾀하는 그들은 동지였다. 그러나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사건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갑자기 그들의 우정은 시험대에 오른다. <글로리데이>는 소년의 영토에서 건너다보는 성인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들을 압박하는 어른들처럼 하나씩 변해가는 네 주인공들에 대한 촘촘한 묘사가 강점이다.
3월31일 개봉한 <수색역>에도 20대 초반의 네 친구가 나온다.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고 아버지를 따라 고물상을 하는 상우(공명)나 어머니의 채소가게를 이어받은 윤석(맹세창), 고등학교 때 실습 나간 공장에 취직한 호영(이진성), 재개발 일을 하는 원선(이태환) 등 그들에게 팍팍한 인생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1999년 겨울 재개발을 앞둔 난지도의 가난한 동네, 평범하고 사이좋던 친구들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주고받는 주먹의 강도가 점점 세지더니 상우는 원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그 뒤로도 상우는 인간 이하의 행태를 반복하며 걷잡을 수 없이 달라진다. 4명이 파국에 이르는 모습은 쓰레기나 고물을 치우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서울의 가장 막다른 동네가 재개발 이후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에 대한 우화처럼 보인다. 최승연 감독은 “문제나 고민이 있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작은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그 사람은 어떠한 성장을 했을까, 하는 질문으로 출발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두 영화 모두 사회가 구겨버린 청춘의 날들을 이야기하지만 섣부른 위로나 분노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담담한 기록에 가깝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미셸 공드리 감독의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16살 소년들의 빛나는 한때를 그린다. 키가 작아 별명이 ‘마이크롭’인 다니엘 앞에 어느날 이상한 고물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테오가 나타난다. 아버지가 고물상을 하는 덕에 늘 가솔린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그의 별명은 가솔린이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기도 한 이 영화는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던 시절을 찬양한다. 소년들은 고물상에서 발견한 잔디깎이 모터와 주워 온 널빤지로 바퀴 달린 집을 만들어 길을 떠난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 끝은 다른 청춘물들처럼 행복하지는 않지만, 영화 속 몽상과 일탈은 관객들을 청춘의 시절로 이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영화 '수색역'. 사진 각 배급사 제공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사진 각 배급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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