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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삶의 끝에서 손잡아줄 단 한사람

등록 2016-04-05 19:01수정 2016-04-05 20:44

호스피스 다룬 영화 ‘크로닉’. 사진 씨네룩스 제공
호스피스 다룬 영화 ‘크로닉’. 사진 씨네룩스 제공
호스피스 다룬 ‘크로닉’ 14일 개봉
죽음 앞에 선 환자들 끝까지 존중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그를 만날 것이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크로닉>의 주인공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다. 보통 호스피스 간호사들은 자신의 일을 “끝이 막힌 터널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크로닉>의 주인공인 간호사 데이비드(팀 로스)는 그 어두운 터널을 몇번이고 기꺼이 들어서는 사람이다.

영화에선 에이즈에 걸린 세라, 건축가였지만 갑자기 쓰러진 뒤 움직이지 못하는 존, 암이 직장까지 번진 마사 등 회생불가능한 환자들이 나온다. 데이비드는 그들을 차례대로 돌보다가 그들이 죽음을 맞으면 다음 환자를 맡는다. 사람들은 젊고 건강한 몸은 장단점을 따져가며 모두 다르게 평가하면서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육체는 그저 매한가지로 추하게 여긴다. 그러나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을 끝까지 존중하는 데이비드의 손길을 거치면서 병든 육신 각각은 개별자로서 의미를 찾는다. 데이비드는 아프기 전엔 틀림없이 아름다웠을 세라를 정성스럽게 단장해준다. 혼자서는 돌아눕지도 못하면서 성욕에 집착하는 존과는 함께 포르노를 본다. 죽어가는 인간의 욕망과 질병은 존중받는 한 추하지 않다. 영화의 각본을 쓰기도 한 미셸 프랑코 감독은 그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곁을 지키며 할머니의 정서적인 지지자가 됐던 한 호스피스 간호사를 보며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데이비드는 환자들을 먹이고 씻기고 통증이 지나갈 때까지 그들을 부둥켜 안고 있는 것도 모자라 환자의 일부가 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가 세라의 남편, 존의 동생이 되려고 할 때 관객들은 그가 무슨 다른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환자의 진짜 가족들은 그런 그의 태도를 수상쩍게 여기고 고소하기도 하지만 그는 환자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거나 분리하지 않으려 한다.

영화의 핵심은 이것이다. <크로닉>의 호스피스 간호사는 침대에 묶여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의지를 대신한다. 그 증거로 영화는 데이비드가 꾸준히 운동하며 몸을 단련하는 모습을 비추지만 혼자서 운동할 때 그의 표정은 환자들과 있을 때보다도 공허해보여 그는 지금 육체만을 움직일 뿐 영혼은 이미 다른 사람과 나눈 존재처럼 보인다. 만약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신세에 처한 사람이 시간과 건강을 거꾸로 되돌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씻고 단장하고, 자신에게 아직 성욕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자신이 건축가로서 지었던 집을 돌아보며, 심지어는 더 큰 고통을 겪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런지.

‘만성질환’(크로닉)이란 뜻의 제목처럼 죽음은 모든 인간이 가진 불치의 병이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기다리며 사는 게 아니라 죽는 날까지 자신이 고유한 존재임을 주장하며 남에게도 그런 존재로 존중받기를 기대하며 살아간다. 4명이 결국 죽음을 맞는 영화 속 시간이 더없이 평화로운 것은 그때문이다. 15살 이상 관람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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