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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관객 2억명 시대 꺾이나…한국영화 위기론

등록 2016-04-14 19:02수정 2016-04-14 20:50

3년만에 1분기 5000만명 밑돌아

천만영화들이 증가 이끌었지만
“하나만 되면 된다” 인식 생겨나
투자 실패땐 관객 감소 ‘직격탄’

배급사 스크린 독과점이 부채질
중·저예산 영화들은 설자리 잃어
“대형물에 목매는 구조 위태롭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3년 2억1300만명, 2014년 2억1500만명, 2015년 2억1700만명…. 3년 내리 이어지던 극장 관객 성장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낸 <2016년 3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보면 올해 1~3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4949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98만명이 줄어들었다. 당초 극장들이 20% 넘는 감소를 예상하고 1+1 이벤트 등 할인행사를 활발히 벌인 끝에 감소세를 줄였지만 연간 관객 2억명 시대를 열었던 2013년 이후 1분기 관객 수가 500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어서 극장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임박한 한국 극장 저성장 위기

3개월 성적으로 위기를 진단하기엔 때이른 것 아닐까?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해 천만영화가 2편 나오고 1인당 연평균 극장영화 관람횟수 4.22회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역설적으로 위기는 예고됐다. 지난 3월10일 영진위에서 발간한 <한국영화 진흥 종합계획 2016~2018>에서도 “인구대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한국 영화관객 수는 조만간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한 외국의 예를 들었다. 영화산업이 일찍 발달한 미국의 경우, 지난 2002년엔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1년 5.1편에 달했지만, 2012년 한국에 역전당했고 현재는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3.6편(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극장 티켓값조차 쓸 여유가 없는 20대가 극장의 주요 소비층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극장의 쇠퇴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며 극장관객의 고령화를 관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부터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지만 한국 영화산업이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천만영화들이 관객수를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이용철은 “2~3년 전부터 우리 나라 극장가도 미국처럼 특정 시즌 흥행만을 목표로 하면서 ‘극장가 춘궁기’가 생겨났다”며 “영화사마다 설날, 여름방학, 추석, 크리스마스에 대형영화를 배치하고 다른 시기에는 작은 영화들을 배치하면서 극장은 지금 시즌제로 운영된다”고 지적한다. 2014년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인 영화 <우는 남자>가 관객 60만명을 맴돌면서 극장가엔 위기감이 커졌다. 그러나 그해 <명량>, <국제시장> 등이 천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하나만 되면 된다”는 식의 공식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극장의 위기는 영화의 위기?

춘궁기에 해당하는 요즘,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는 6일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지만 13일까지 누적관객수는 50만명을 넘는데 그쳤다. 10위 안에 들었지만 관객수 1~2만 정도를 기록한 영화들도 허다하다. 올해 1~3월 영화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편이 늘어난 상황에서 전체 관객수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개별 영화들의 굶주림은 심각했다. 영화계에서 성수기와 비성수기 격차가 유독 심해지는 현상 또한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환경국제영화제등 여러 영화제 운영에 참여하는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대형영화들의 스크린 독과점이 극장의 위기, 한국영화의 위기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배급시장에서 대형 회사들의 독과점 수위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3월24일 개봉한 <슈퍼맨 대 배트맨>은 1670개 스크린을 차지하고도 관객은 200만을 조금 넘는 데 그쳤다. 다른 영화들은 상영할 곳을 찾지 못하는 현실에서 몇몇 대형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하고도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전체 관객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영화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제작비 80억원이 못되는 중·저예산 규모 영화들의 투자 수익률은 -20~-50%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성수기와 비수기 격차를 포함해 흥행의 양극화, 투자 수익률 저조, 영화의 질적인 하향 평준화 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명백히 한국 영화산업의 빨간 불을 의미한다”고 했다. 제작사 웰메이드 노종윤 대표도 “지금 비수기에 개봉되는 중·저예산 영화들은 그나마 1~2년 전 제작된 영화고 올해 제작 추세를 보면 편수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100억대 영화로만 승부하려는 대형 제작사들이 너무 많아졌는데 결국 이런 경향은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줄인다. 성수기 대형영화 하나만 망해도 투자가 경색되며 실망한 관객들이 극장을 빠져나가 관객수가 줄어들게 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계에서는 지금이 2002년처럼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뒤 찾아온 빙하기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당시 한국영화 부흥을 등에 업고 80~100억원대 제작비로 만들어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유레디> 등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하면서 한국영화는 한동안 침체기를 걸었다. 노 대표는 “아직까지 위기론은 시기상조이며 성수기를 거쳐야 판단할 수 있지만 대형 영화 제작과 편성에만 올인하는 지금의 구조는 위태롭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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