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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9·11 이후에도 캡틴은 아메리카

등록 2016-04-19 20:46수정 2016-04-20 14:4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절대선과 전선이 사라진 상황
아이언맨 vs 캡틴 아메리카 팀
스파이더맨·앤트맨·블랙팬서 가세
볼거리 보충하며 균형추 역할

지상전·공중전 긴 액션 시선 묶어
전쟁 뒤편 희생 주목하기 시작
미국 외 관객한테는 의아한 결말
아이언맨.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아이언맨.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2006년 미국에서 마블 코믹스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드 브루베이커 글·마이크 퍼킨스 그림, 시공사 펴냄)가 출간됐을 때, 미국 사회는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정부가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상황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초인들과 악당들의 싸움으로 민간인 800명이 죽는 참사를 계기로 슈퍼히어로팀이 초인등록법안에 찬성하는 아이언맨팀과 정부의 통제와 관리를 거부하는 캡틴 아메리카팀으로 분열된다는 이야기는 만화적 설정이지만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2016년 4월27일 개봉을 앞둔 월트디즈니의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원작과는 다른 서사를 택했다.

캡틴 아메리카.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캡틴 아메리카.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서도 초인등록법안을 계기로 어벤져스팀은 둘로 나뉜다. 그러나 영화는 슈퍼히어로들의 개개의 상처에 주목한다. 부모를 잃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친구를 지키려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슈퍼히어로들의 싸움으로 가족을 잃은 지모 남작(다니엘 브륄) 등 캐릭터들은 원한과 욕망으로 서로와 대립한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은 자유와 통제에 대한 각각의 신념으로 한쪽을 택하지만 싸움이 진행되면서 그들의 신념은 자주 흔들린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전편인 <윈터 솔져>에 이어 <시빌 워>를 만들었으며 다음편인 <인피니티워>까지 감독을 맡는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은 “‘윈터 솔져’가 정치스릴러였다면 ‘시빌 워’는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서로의 적이 되는 심리 스릴러”라고 밝힌 바 있다. 안전을 위해 개인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의도는 온당하고 순수한가를 묻는 원작과 다른 선택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온 슈퍼히어로들의 개성을 부각하면서 캡틴 아메리카를 희생시키지 않는 현실적 결말을 고려한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해진 길을 간다. 자유를 택한 캡틴 아메리카는 원작에선 쓸쓸한 패배를 맞지만 영화에선 사뭇 다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스파이더맨, 앤트맨, 블랙 팬서 등 지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엔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도 참전했다. 신체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앤트맨과 철없는 십대 슈퍼히어로로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정치와 공상과학의 영역을 오가는 블랙 팬서 등의 새로운 캐릭터는 영화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지상전을 공중전으로, 평면 격투를 입체적 전투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시빌 워>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과 수직, 지상과 공중을 차례로 교차하며 전체적으론 조직적으로 보이는 액션신 안에서 캐릭터별로 다채로운 무기를 활용하며 긴 전투 흐름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스파이더맨.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스파이더맨은 상대의 손발을 묶고 앤트맨은 길목을 막아선다. 새로운 슈퍼히어로들은 팀에겐 화력 보충이지만 실은 결국 누구도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두 팀의 힘의 균형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블랙 팬서가 자신이 복수심에 눈멀었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슈퍼 히어로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장면부터 영화는 원작의 파국이 아닌 새로운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 분열하는 영웅들 2016년 미국 슈퍼히어로물의 영웅들은 내분을 치르고 있다. 3월24일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 인간과 신적 존재의 대결을 그린데 이어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을, 5월 개봉예정인 <엑스맨>은 돌연변이들끼리의 대립을 그릴 예정이다. 영화평론가 이학후는 “슈퍼히어로물이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영화속 초영웅들을 다른 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다크나이트> 이후 절대적인 선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시빌 워>는 충분하진 않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 뒷편 희생자들의 상실을 보기 시작했다”며 “<시빌 워>는 9·11 이후 우리가 치러온 전쟁과 분열의 현실을 영화적 상황으로 환기시키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 비전 등이 속한 아이언맨팀은 기술과 합리적 규제를 신봉하는 쪽이다. 이에 비해 캡틴 아메리카는 호크 아이, 스칼렛 위치, 팔콘 등과 우정과 의리로 뭉쳤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구도지만 아이언맨이 지금 미국이 처한 현실 쪽이라면 캡틴 아메리카는 오래된 미국의 가치와 그들이 싸워왔던 전쟁의 의미를 옹호하는 쪽이라고 볼 수 있다. 캡틴이 들고 있는 방패는 미국의 건국이념처럼 보인다. 전체적인 어벤저스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해외 관객들에게는 의아한 결말이다. 슈퍼 히어로물의 논리, 그들의 관습과 신념에 충실한 슈퍼 히어로들의 전투가 한국관객들에게도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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