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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정말 그립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록 2005-10-26 18:14수정 2005-10-27 15:47

정말 그립다 ‘조제…’ 스크린 속 너, 1년만이네
정말 그립다 ‘조제…’ 스크린 속 너, 1년만이네
팝콘&콜라
스크린 속 너, 1년만이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한국 개봉 1돌을 맞아 재개봉한단다.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하는데, 개봉일 오후 5시30분에는 이누도 잇신 감독과 여주인공 이케와키 지즈루를 직접 만나는 시간도 마련된다고 한다. 〈조제…〉를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조제…〉의 열혈팬들처럼, 나도 ‘〈조제…〉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벌써부터 다이어리에 별표를 쳐두었다.

〈조제…〉는 보고 싶어 안달을 하다 못해 애간장이 타들어갈 무렵, 십고초려쯤 끝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지난해 10월29일 전국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조제…〉를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은 4만명이다. 하지만 나는 그 4만명 안에 끼지 못했다. 일단, 상영관 수가 적어 집 근처에 〈조제…〉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었다. 더구나 영화 상영기간 내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고되지 않은 일명 ‘나가리 기획기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짬이 생겼을 땐 이미 〈조제…〉가 극장을 떠나고 없었다.

〈조제…〉는 곧 디브이디로 출시됐지만, 역시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는 비디오·디브이디 대여점 두 곳이 있었는데, 한 곳에서는 주인이 “〈조제…〉라는 영화는 금시초문”이라며 디브이디를 들여놓을 생각조차 없었다. 또 다른 한 곳에서는 대기자들이 하도 많아 주인이 “예약 안 받으니, 운 좋은 손님만 빌려가세요”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디브이디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브이디가 ‘(아예) 없거나 혹은 (상시) 대여중이거나’ 하는 모순되는 이유로 〈조제…〉를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 초 아직 봄이 오기 직전, 나는 드디어, 우연히 〈조제…〉를 보게 됐다.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었던 그날, 상설할인매장에서 이불과 베개를 사겠다며 압구정동을 찾았다. 그리고 주책바가지처럼 이불과 베개가 든 거대한 비닐봉지를 어깨에 둘러멘 채, 명품 가방을 멘 예쁜 언니들이 넘쳐나는 그 거리를 쏘다녔다. 당연히 감기증상이 심해진 나는 언 몸이나 녹이자는 생각으로 ‘럭셔리’ 수식어가 붙은 디브이디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금 재생을 마친 따끈따끈한 〈조제…〉 디브이디와 운좋게 만났다. 그 다음은? ‘또’ 주책바가지인 나는 새로 산 베개를 꺼내 베고, 새 이불로 온몸을 칭칭 휘감은 채 디브이디방 소파가 내 방 침대인 듯 안락한 가운데 〈조제…〉를 감상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애를 태우다 내 손에 닿은 〈조제…〉는, 아팠지만 포근했던 그날의 ‘감상 조건’처럼 그렇게 아리고 기분좋은 영화였다.

이제 ‘한철은 지나간’ 〈조제…〉는 대여점이든 디브이디방에서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꼭 사야지’ 하면서도 디브이디 구입을 미루는 게으름만 아니라면, 심지어 집에 모셔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봐야 영화의 ‘영화다움’을 느낄 수 있다”지 않는가. 〈조제…〉의 열혈팬들과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쓰마부키 사토시의 팬들에게 〈조제…〉의 재개봉 소식을 새삼 전하고 나니, 점심 굶은 오후 1시 포만감이 느껴진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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