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미래 관객, 청소년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씨지브이 용산점에서 열린 ‘1318클럽' 행사. 씨지브이 제공
지난달 12일 개봉한 영화 <나의 소녀시대>의 흥행은 이례적 현상으로 꼽힌다. 대만산 낯선 영화가 개봉 4주 만에 40만명 관람을 향해 가고 있는데다 10~20대의 젊은 관객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씨지브이(CGV) 리서치 센터가 뽑아보니 6일까지 이 영화를 본 사람 중 10대 비중은 11%, 20대는 57.6%였다. 올 1~6월 관객 평균연령 조사에서 10대는 전체의 2.9%, 20대는 35.5%다. 물론 <나의 소녀시대> 자체가 학원 로맨스물로 1020세대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1994년을 배경으로 3040세대의 추억담 성격이 크다는 점에 비춰봐도, 1020의 호응이 이 영화 ‘틈새 흥행’의 핵심 요인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상반기 1020세대가 유독 지지를 보낸 영화는 또 있다. 2월17일 개봉해 장기상영을 이어온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관객은 20대가 38.8%를 차지한다. 극장가에선 <곡성>을 15세 관람가로 만든 것은 ‘신의 한수’였다고들 한다. 6일까지 관객 650만명을 넘긴 이 영화 관객 중 20대 비율은 무려 40.4%, 10대 관객도 3.7%다. 이에 견줘 40대 관객은 19.2%로 다른 영화보다 적었다. 역시 젊은 세대의 호응이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극장가에선 30~40대 관객, 특히 40대의 영화 선호도가 흥행을 좌우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들은 특히 한국 영화의 주요 고객이다. 그러나 외화까지 합친 전체 시장에선 다르다. <2015 영화 소비자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19~23살 관객들이다. 1년에 10.5편의 영화를 본다. 15~18살 관객들은 한 해 7편이 안 되는 영화를 보지만, 관람률(한 해 한 편 이상 영화를 본 비율)은 94.6%로 높은 편이다. 편수는 적은데 관람률이 높다는 건 특정 영화를 또래들이 함께 보는 경우가 많음을 뜻한다. 영화를 찾아보는 20대 초반 관객, 남들이 보는 영화는 꼭 보는 10대 관객은 흥행의 바로미터다.
더구나 1020 관객은 영화와 극장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쥐고 있는 세대다. 5월 영화진흥위원회의 <1020 영화취향 조사>를 보면, 새로운 매체와 콘텐츠에 민감한 그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020의 경우 가상현실(VR) 영화가 현실화되면 이를 극장에서 관람하겠다고 답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5점 만점에 3.66점). 컴퓨터그래픽(CG)으로 승부하는 블록버스터급 판타지나 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선호 또한 높다. 특히 어둡고 철학적인 느낌의 디시 코믹스 원작 영화보다는 <어벤져스> 계열의 마블 영웅들을 선호하는 경향성을 띠었다. 내용에서도 한국 영화의 주류를 이루는 범죄·미스터리·스릴러 장르나 실화 바탕, 사회문제 비판 요소에 대한 선호도가 확연히 낮다는 것도 이들 세대의 특징으로 조사됐다.
영진위 김현수 산업정책연구팀장은 “1020세대의 티켓 파워가 40대에 비해 덜하다는 인식이 일반화하면서 어린 세대들이 열광할 한국 영화는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며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는 40대 위주의 영화에만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중저 예산급 영화에서 넓고 다양한 세대 취향을 아우르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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