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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답답한 세상에 강펀치를 날린 이 여자

등록 2016-06-20 13:59수정 2016-06-20 23:08

권투를 하며 변화해가는 젊은 여성을 그린 영화 <백엔의 사랑> 주연 안도 사쿠라
권투를 하며 변화해가는 젊은 여성을 그린 영화 <백엔의 사랑> 주연 안도 사쿠라
인터뷰 l ‘백엔의 사랑’ 안도 사쿠라

청년이 복싱 입문뒤 무기력 탈출
“촬영때 제 마음은 복서와 같았죠”
“2014년 12월30일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여자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으며 영화를 보고 나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여자들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권투를 배우기 시작하는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영화 <백엔의 사랑>으로 여자들에게 글로브를 끼게 했던 배우 안도 사쿠라가 16일 한국 개봉을 맞아 내한했다. 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라운지에서 만난 안도 사쿠라(30·사진)는 권투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당당하고 다부진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배우가 자신의 육체를 변화시켜야 하고, 실전과도 같은 싸움을 해야 하는 작품은 드뭅니다. 여배우로선 이런 작품을 만난 것은 매우 행운이었습니다.” <백엔의 사랑>으로 제39회 일본아카데미, 제24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 블루리본, 다카사키 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안도 사쿠라는 “일본에서 여배우가 광고나 드라마 같은 다른 일을 미뤄놓고 3개월 동안 온전히 한 작품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내게도 특별했다”고 강조했다.

촬영 직전 3개월 동안 안도는 프로 권투선수보다도 더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프로복서들은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넘어 훈련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내 몸은 경기가 아니라 영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도를 넘겨가며 연습했다.” 너무 이를 악무는 바람에 어금니에 금이 가서 마우스피스를 물고 자야할 정도였다. 그는 “영화를 찍기 위해 권투선수를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너무 싫었다. 물론 영화 속 시합 장면은 미리 짜여진 것이지만 그 순간엔 내 정신과 육체는 프로복서와 유사한 상태였다. 이런 말을 해도 권투선수들에게 실례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만한 마음 상태로 임했다”고 회상한다. 일본에서 영화가 개봉된 뒤 “실제 복싱계에서 프로로 입문하라는 제안을 받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연탄재처럼 발에 채이던 뚱뚱하고 무기력했던 여자 이치코가 날렵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권투선수로 변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몸으로 표현해낼 수 있었다.

그는 촬영 전에 최대한 체중을 늘려 촬영 첫 3일 동안 변신 전 이치코를 연기하고, 이후 철저한 식사조절과 혹독한 운동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며칠 사이에 얼마나 몸무게를 줄인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체형의 변화를 봐달라”고 했다. “이치코는 자신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분한 마음을 실어서 주먹을 날린다. 질 줄 알면서도 ‘이런 젠장’이라고 외치는 기분 같은 거였다. 나도 ‘젠장!’이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때론 이런 분노는 일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했다. 이치코가 주먹을 휘두른 것은 그런 에너지를 다시 찾는다는 의미였다.”

배우 안도 사쿠라는 평소에도 이를 악물고 살아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는 “어느 작품이건 최선을 다해서 특별한 마음으로 연기한다”며 “나라는 인간은 곧 죽고 곧 아무도 모르게 되겠지만 어느 배역, 어느 작품이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보다 훨씬 오래 살아갈 것이고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곧 죽지만 영화는 오래 남게 된다”고 했다.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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